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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장인은 국수가 몹시 먹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부엌에 들러 장모에게 부탁했습니다.
“국수 좀 끓여 주시구려.”
장모 옆에는 색시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장인은 사위가 얄미워 국수를 먹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사위를 불러 말했습니다.
“자네 이웃 마을로 심부름 좀 다녀오게.”
장인은 사위가 없을 때 국수를 먹을 참이었습니다.
사위가 집을 나설 때 색시가 쫓아와서 말했습니다.
“국수를 드시고 싶으면 제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심부름을 다녀오면 날이 어두워져 있을 거예요. 그때 집으로 곧장 들어오지말고 울타리 밖 시궁창 옆으로 오세요.”
사위는 장인 심부름을 다녀올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날이 저물때까지 마을 밖을 헤매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날이 어두워지자 집의 울타리 밖 시궁창 옆으로 갔습니다.
얼마 뒤 색시가 나타났습니다. 국수 한 그릇을 두 손으로 받쳐들고 있었습니다.
“국수 드세요. 집으로 들어와서는 국수를 드셨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마시고요.”
색시가 당부했습니다.
‘헤헤, 얼마 만에 먹는 국수냐? 국물이 뜨끈뜨끈하네.’
사위는 눈 깜짝할 사이에 국수 한 그릇을 먹어치웠습니다.
한편 뒷간에 가기 위해 방에서 나온 장모는 어디선가 산짐승 소리가 들리자 발길을 멈추었습
니다.
‘으흐, 무서워라. 호랑이라도 나타나면 어쩌지?’
장모는 벌벌 떨었습니다. 뒷간에 가야 하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시궁창에 소변을 보았습니다. 주위는 칠흑같이 어두웠습니다. 시궁창으로 오줌 흐르는 소리가 들리자, 사위는 기쁜 표정을 지었습니다.
‘색시가 국수 국물을 보내 주는구나.그거로라도 배를 채우라고….’
사위는 시궁창을 거쳐 울타리 밖으로 흘러나오는 오줌을 국수 그릇에 받았습니다. 그 양이 얼마나 많은지 순식간에 넘쳐흘렀습니다. 이때 사위는 국수 국물을 그만 달라고 말한다는 것이, 다급해져서 이렇게 외치고 말았습니다.
“국물 작작, 국물 작작!”
그리고는 국수 그릇에 담긴 오줌을 단숨에 마셔 버렸습니다. 산짐승 소리 때문에 겁에 질려 있던 장모는, 사위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습니다.
“캭! 국물 작작 귀신이다!”
이렇게 부르짖고 기절해 버렸답니다.
동치미가 시원한 평양냉면, 겨울에 '제맛' -
냉면은 메밀을 주원료로 하여 만든 국수의 일종이다. 삶은 메밀국수를 차게 해서 먹는 음식으로, 원래 추운 겨울에 먹는 계절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냉면은 북쪽 지방에서 발달했는데, 그 중 유명한 것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다. 평안북도에는 좋은 메밀이 많이 나기 때문에 평양냉면은 맛으로 단연 으뜸이었다. 메밀국수에 꿩국과 동치미 국물을 붓고 돼지고기·무김치·배 등을 얹어 먹는데, 추운 겨울날 뜨끈뜨끈한 온돌방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갑게 먹어야 제 맛이란다.
평양냉면이 물냉면이라면 함흥냉면은 비빔냉면이다. 함흥냉면은 함경도 지방에서 많이 나는 감자 녹말을 많이 섞었기 때문에 국숫발이 질기고 오돌오돌하다. 그리고 국수를 비비는 양념이 몹시 맵고, 홍어회를 곁들이는 것도 함흥냉면의 특징이다.
[신현배 작가의 맛 이야기] 국수가 좋아서(하)
장모, 사위가 숨은 줄 모르고 소변을 보는데…'아! 색시가 국수 국물을 보내주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