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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초등학생 대상 성폭행 사건이 잇따르면서 어린이와 학부모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동네 오빠나 아저씨, 심지어 할아버지까지 하루 아침에 ‘야수’로 돌변해 이제 학교 안까지 버젓이 드나들고 있다. 어린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권마저 저버린 사회. 경찰대 표창원 교수(44세·행정학과)를 만나 그 원인과 대책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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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발생한 ‘김수철 사건’ 이후 아동 대상 성폭행 범죄가 연속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동 성폭행 사건은 지난 몇 년 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왔습니다. 1년에 700여건씩 발생하던 게 지난 2008년부터 1000건으로 올라섰어요. 신고 안된 사건까지 고려하면 그 건수가 상당할 겁니다. 단 최근 큰 사건들로 인한 경각심이 신고율을 높이고, 언론보도도 잦아 아동 성폭행 사건이 갑자기 는 것처럼 보일 겁니다.”
-아동 성폭행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구화와 1인 가족화 등이 문제입니다. 가족 간 대화가 단절되면서 이상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생겨나게 됐죠. TV·인터넷 등을 통해 폭력·음란물들이 폭넓게 퍼진 것도 원인 중 하나입니다.”
-‘김수철 사건’은 어린이가 학교 안에서 강제로 끌려가 논란이 됐습니다.
“학교안전이 교육정책의 근간으로 자리잡지 못해 생긴 사건입니다. 우리 교육정책의 근본 틀인 ‘초중등교육법’을 보면 안전 관련 내용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11조에 ‘모든 국민은 학교교육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학교시설 등을 이용할 수 있다’고 돼있죠. 여기에 학교공원화 사업 등을 통해 학교가 어른들의 ‘놀이마당’이 되면서, 이러한 위험은 늘 도사리게 됐습니다.”
-참고할 만한 외국의 사례가 있을까요?
“미국에서는 학교 내에서 안전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안전하지 않은 학교’로 지정돼 그 사실이 공개되고, 학부모들은 자녀를 전학시킬 권리를 갖습니다. 스쿨버스 도입도 시급합니다. 각 학교마다 정규자격증을 지닌 ‘학교안전담당관’이 학생들의 안전을 전체적으로 책임지는 제도나, 현직 경찰이 학교와 등하굣길을 관할권으로 활동하는 ‘스쿨폴리스제’도 참고할 만 합니다.”
-최근 정부는 ‘학교안전지킴이 확대’ ‘방문증 교부’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요?
“사실 많이 우려됩니다. ‘학부모 폴리스’ ‘녹색어머니’ 등의 활동강화도 포함됐는데, 학교가 할 일을 왜 학부모에게 떠넘기는지 모르겠습니다. 출입증 교부만 해도 학교 내 출입구가 한둘이 아닌데 관리가 되겠습니까? 어린이 안전문제는 고민 속에 풀어야 할 사회적 숙제입니다.”
-아동 성폭행 예방책이 있을까요?
“학부모들은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등·하굣길 위험요소를 미리 감지해야 합니다. 이에 맞춘 현실적인 안전교육도 필요합니다. 납치나 성폭행의 경우 어린이들은 ‘안전’과 ‘예절’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데, 안전이 위협 받을 땐 ‘예절’보다 ‘안전’이 중요하단 걸 알려줘야 합니다. 등·하굣길 안전확보를 위해 부모님들끼리 ‘배웅·마중 품앗이’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어린이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집 열쇠나 출입카드는 반드시 남이 볼 수 없는 곳에 지녀야 합니다. 집에 혼자 있을 땐 어떤 방문자에게도 응대를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등하굣길엔 반드시 친구들과 함께 다니고, 먹거리나 강아지 등을 앞세운 낯선 어른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합니다. 길을 물어올 땐, 상대가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만큼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하며, 혹시 위험한 상황에 처했더라도 침착하게 빠져나올 기회를 엿봐야 합니다.”
[The 인터뷰] 경찰대 표창원 교수가 말하는 '위험한 세상' "예의보다 안전이 우선"
용인=우승봉 기자
sbwo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