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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에 맞춘 그림교육이 아이의 창의력 망친다
유아(5~8세) 취미 중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미술이다. 하지만 유아의 취미인 만큼 본격적인 미술보다는 흥미에 목적을 둬야 한다. 베베궁킨더 강정민 미술연구원은 "유아들은 시각적인 부분을 좋아하고 자극을 받는다. 이 때문에 그림을 잘 그리는 것, 색감을 잘 맞추는 것보다는 색을 가지고 노는 법, 상상한 것을 표현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미술이라고 해서 반드시 도화지와 크레파스가 필요하진 않다. 유아의 경우, 집안 모든 것을 재료로 삼아 표현할 수 있고 스토리를 만들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다. 강 미술연구원은 "유아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엄마의 반응이다. 아이의 작품을 본 후에는 반드시 '왜 이렇게 만들었어?'라며 아이의 생각을 묻고 그에 맞는 칭찬을 해줘야 한다. 이런 부분이 아이로 하여금 끊임없이 창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실제로 강 미술연구원은 페트병, 벽, 나무, 돌 등 모든 주변의 재료를 미술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유아에게 미술이란 그림 그리기의 단편적인 부분이 아니라 상상력을 표현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강 미술연구원은 5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쌀과 나뭇가지를 이용해 숲을 만들고 숲에서 무엇을 했으면 좋겠는지 물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곰이 나와요', '사냥을 해요', '멧돼지를 잡아요' 등 다양한 이야기를 외쳤고 기상천외한 스토리를 만들었다. 강 미술연구원의 얘기다.
"유아는 집중도가 낮기 때문에 끊임없는 질문으로 집중시키고 아이가 원하는 이야기, 흥미로워할 이야기에 반응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미술 활동시에는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 맞고 틀림의 기준이 아닌 창의력 자체를 바라봐 주세요. 피카소를 꿈꾸시나요? 그렇다면 그릴 것을 강요하지 마시고 표현할 수 있고 상상할 수 있도록 아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세요."
◆세상 모든 소리가 음악, 귀 기울이는 아이가 음악을 사랑한다
5~8세의 아이들도 음악을 들을 때 특별히 집중하며 반복해 듣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그 음악의 리듬, 화성, 악기 소리 등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또한 소리에 민감해 목소리로 흉내 내기를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TV광고 등의 음악을 쉽게 기억하고 따라 부르는 아이도 있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아이, 리듬을 타고 몸을 움직이는 아이, 장남감이나 도구 등을 두드리며 리듬감을 즐기는 아이도 있다. 이 모든 행동이 음악에 대한 관심이다. 이런 작은 행동들을 지나친다면 아이의 음악적 흥미를 발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 생애 최초의 취미로 어떤 악기, 음악을 접하는 것이 좋을까? ABRSM(영국왕립음악대학 연합회) 장승실 한국대표는 "아이들마다 신체적ㆍ정신적 발달의 차이가 있다. 때문에 연령에 맞는 특정 악기를 권하기란 쉽지 않다. 바이올린을 어깨와 턱 사이에 고정시키기가 어려운 아이, 턱과 입술의 발달이 느려 부는 악기가 어려운 아이 등 신체 발달 정도에 맞는 악기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영국에서는 0세부터 온 가족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음악교육을 시작한다. 1~3세 정도의 유아라면 장난감 등을 두드리며 타악기를 접할 수 있도록 한다. 바이올린은 유아용 사이즈가 3세부터 나오기 때문에 바이올린 음색에 관심이 있는 아이라면 이 시기부터 도전해 볼 만하다. 우쿠렐리는 기타보다 작은 사이즈로 5세부터 가능하다. 피아노는 터치감이 필요하기 때문에 5세 이후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장 대표의 말이다.
"부모가 악기와 연령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직접 원하는 시기와 악기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악기의 소리를 직접 듣고 만져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상 모든 소리가 악기가 될 수 있고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죠. 부모가 원하는 악기가 아닌 아이가 원하는 악기, 이웃집 아이의 수준이 아닌 내 아이의 능력에 맞는 연주가 평생의 음악을 만들게 될 것입니다."
◆놀이가 되는 움직임이 운동에 필요한 모든 자질을 키운다
축구, 피겨스케이트, 수영 등 국가대표 선수들의 선전으로 유아 체육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과연, 유아기부터 종목을 선정해 훈련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일까? 고려대 체육교육과 박진훈 교수는 "7~8세를 전후로 신체 적응력, 민첩성 등이 발달하게 된다. 이 시기에 다양한 놀이체험을 하게 되면 운동선수의 자질이 되는 지구력, 신체조정 능력 등 운동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유아기 때에는 특정 종목을 선택해 훈련하기보다는 다양한 놀이를 통해 반사적 움직임을 키우고 차츰 아이가 좋아하는 종목을 찾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박 교수는 "유아 스포츠는 운동이라는 개념보다는 움직임, 놀이라는 개념이 정확하다. 걷고 뛰는 과정에서 다양한 운동기능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가족들이 함께 몸을 움직이는 놀이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움직임을 통해 성취감과 희열감을 느낀 아이는 운동의 재미요소를 알게 돼 운동을 좋아하고 즐기게 된다"고 한다.
"흥미가 평생을 좌우… 만지고 듣고 즐기게 하세요"
김소엽 맛있는공부 기자
lumen@chosun.com
생애 첫 취미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