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과 교정 산책] 인천 신흥초등학교 박진상 교장선생님
인천=금교돈 편집실장 kdgold@chosun.com
기사입력 2010.06.23 09:40

120년 전통 자랑…이젠 다문화교육 '1번지'
1884년 일본인 학교로 출범
국회부의장ㆍ탤런트ㆍ가수 등
훌륭한 졸업생 많이 배출

  • 일주일 전, 인천 신흥초등학교 교장실에 백발의 일본인 3명이 방문했다. 바다 건너 모교를 찾아온 것이다. 학교를 둘러보고 당시 사진을 보면서 그들은 눈물을 훔쳤다.1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 학교에선 가끔 있는 일이다.

    학교 화단엔 러·일전쟁 때 사용됐던 러시아 군함의 포탄과 돛대가 전시돼 있다. 일본이 승전(勝戰)을 기념해 남겨둔 것이다. 내년 2월 정년퇴임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멋쟁이 박진상 교장 선생님과 신흥초등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 폴짝폴짝.“ 교장 선생님도 뛰어 보세요.”“난 키가 커서 머리가 하늘에 부딪힐까 봐 못 뛰어.”“깔깔깔.”운동장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어난다. 교정 가득 사제의 사랑이 피어난다. / 인천=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폴짝폴짝.“ 교장 선생님도 뛰어 보세요.”“난 키가 커서 머리가 하늘에 부딪힐까 봐 못 뛰어.”“깔깔깔.”운동장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어난다. 교정 가득 사제의 사랑이 피어난다. / 인천=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학교 역사가 아주 깊습니다. 자랑할 만한 인물들도 많겠지요.
    “1884년에 일본인 학교로 출범했습니다. 해방 다음해인 1946년에 한국인 학교로 다시 문을 열었죠. 우리 학교 출신으로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 박호근 전 과기부 장관(총동창회장), 김학준 동아일보 고문과 탤런트 최불암·황신혜, 가수 송창식 등 훌륭한 선배들이 많습니다. 지역 유지들은 셀 수 없을 정도고요.”

    -이 학교 출신 일본 분들이 자주 찾아오신다고요?
    “가끔 오시는데, 보여줄 것이 없어 걱정입니다. 학교 안팎에 그들의 학창시절을 추억할 만한 것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요. 화단에 전시돼 있는 러시아 포탄과 돛대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학교 뒤의 답동성당이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요. 그래서 우리 학교의 오랜 역사를 보존할 역사관을 만들고 싶은데 쉽지가 않네요.”

    -다문화교육 1번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문화가족이 18가정입니다. 몰도바 출신도 있어요. 한국어반과 한국 문화 체험활동에 열심히들 참여하고 있습니다. 다문화 아이들이 생각보다 참 활달합니다. 잘 적응하고 있다는 증거지요. 다문화교육은 이들을 잘 돌보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들과 생활하는 한국 어린이들이 이런 환경을 통해서 글로벌 인재로 커갈 수 있도록 하는 데 더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 최근 모교를 찾은 일본인 노신사 3명. 왼쪽은 그들이 가지고 온 당시 통지표.
    ▲ 최근 모교를 찾은 일본인 노신사 3명. 왼쪽은 그들이 가지고 온 당시 통지표.
    -나눔 행사가 많더군요.
    “월드비전 사랑의 동전 모으기, 백혈병 소아암 돕기, 굿네이버스 지구촌 나눔 행사를 가졌어요. 요즘 외아들이 대부분이잖아요. 그래서 자기밖에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에게 나눠주고 도와주고 더불어 사는 게 어떤 건지 느끼게 하려는 겁니다.”

    -내년 2월이 정년퇴임이시라고요.
    “1969년 강화도 섬마을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해 내년이면 42년째가 되네요. 당시 9~10살이었던 제자들과 지금도 매년 만나고 있어요. 매번 20여명이 스승의 날에 모이는데, 모일 때마다 식사에 꽃다발, 선물을 안겨줍니다. 너무 고맙고 보람차지요.”

    -건강해 보이십니다.
    “3년 전부터 술 끊고 테니스·조깅으로 몸 관리를 하고 있어요.”
    키 177cm의 늘씬한 풍모, 밝은 표정이 그를 나이에 비해 젊게 보이게 하나보다.

    -인생의 모토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날마다 새롭게 살려고 합니다. 그래야 젊은 선생님, 어린 제자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에게 한 말씀‥.
    “기본과 기초가 충실한 사람이 돼라.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라. 1등보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아름답다. 든 사람, 된 사람, 난 사람 중 된 사람이 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