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장서 어린이 납치·성폭행 '김수철 사건' 재발 막으려면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채성진 기자 dudmie@chosun.com
기사입력 2010.06.11 03:04

아이 등·하교 때 부모·교사가 직접 만나야
기업 근무시간 조절 필요, 학교 담장 없애기 재고해야…
학부모도 학교 들어갈 땐 외국선 약속하고 허가받아

  • 교육과학기술부는 10일 초등학생 납치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365일 24시간 학교 안전망 서비스'를 본격 가동한다고 긴급 발표했다. 정규 수업시간에는 배움터 지킴이와 교직원, 방과 후 활동시간에는 관내 경찰과 자원봉사자, 야간과 이른 시간대에는 경비 용역업체를 활용해 휴일을 포함한 24시간 순찰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과부 대책은 기존 대책을 재탕하고 상당 부분 자원봉사에 의존하는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퇴직 군인이나 경찰, 교사가 학교와 계약을 맺고 학생을 돌보는 배움터 지킴이는 2006년에 도입됐지만 이번 사건이 일어난 재량 휴업일에는 배치되지 않았다.

  • 아이도 부모도 불안하다. 지난 7일 또 발생한 초등학생 납치·성폭행 사건 이후 어린 자녀의 안전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부쩍 늘었다. 10일 오후 대전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학부모가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에 나와 딸을 데려가고 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 아이도 부모도 불안하다. 지난 7일 또 발생한 초등학생 납치·성폭행 사건 이후 어린 자녀의 안전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부쩍 늘었다. 10일 오후 대전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학부모가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에 나와 딸을 데려가고 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학교 안팎에서 교사와 학부모가 교문 앞에서 만나 학생을 '인수·인계'하는 서구식 학생보호 문화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CCTV나 학교 안전지킴이와 같은 기존의 제도를 내실있게 운영하지 못하면 더 많은 학교가 아무 통제도 받지 않는 신종 우범지대로 변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최미숙 대표는 "지역 사회에 새로운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는 뜻에서 학교의 담장을 없앴지만, 학교를 흉악한 성폭행범이 늘상 드나들 수 있는 통제 받지 않는 공간으로 만들고 말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학교를 보호하는 담장, 학생을 지키는 수위가 사라지고 누구도 책임지고 관리하지 않는 CCTV가 들어선 결과가 바로 이번 A양 사고"라며 "범죄 예방이라는 본연의 역할 대신 사고 발생 뒤 증거를 대는 역할에 그친 CCTV에 우리 아이들의 안전권, 생명권을 맡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정 안팎의 안전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새로운 수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학교마다 운영되고 있는 안전 지킴이를 보다 내실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형식적인 순찰에 머물러 정작 범죄 발생 우려가 높은 시간대에는 피해자들이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순찰차를 타고 스쳐 지나는 겉핥기식 순찰이 아니라, 골목 곳곳과 후미진 지역을 걸어다니며 샅샅이 살피는 저인망식 점검을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교사와 사전 약속이 없으면 학부모라도 정문 통과가 어려운 서구 각국의 사례를 곱씹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3년 전 영국 연수를 다녀온 직장인 김모(44)씨는 "영국 학교에선 외부인이 교정을 출입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수업 중인 아이를 한 번 만나려면 학교 당국에 이유를 꼬치꼬치 설명해야 하는 불편함이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내는 바탕이 됐다"고 전했다.

    부모들이 일정한 집결지까지 아이들을 데려다 주면, 같은 구역에 사는 아이들이 모여 함께 학교로 가는 방안도 고려할만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다만 우리 사회에서 가능하겠냐는 반론도 적지 않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데 자녀들 등·하교를 챙길 수 있는 부모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대 장덕진 교수(사회학)는 "과거 기업은 아이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부모에 지웠다"면서 "아이들의 통학시간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기업이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 초등학생 납치, 성폭행 사건으로 학부모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이 하교 시간에 맞춰 자녀를 기다리고 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