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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초등학교 6학년 박세현(13)군은 지난 8월 19일 열린 ‘멘사 게임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올해 처음 한국에서 열린 ‘전국 멘사 게임 대회’는 멘사 회원들이 선정하는 창의사고력 계발 게임인 ‘멘사 셀렉트 게임’을 놓고 겨루는 대회다. ‘멘사 셀렉트 게임’은 일명 천재들이 하는 게임으로 유명하다. 우승한 사람은 전 세계 어린이들이 출전하는 ‘영국멘사게임대회’에 한국 대표로 나가게 된다. 박군은 조선일보와 ㈜맛있는공부가 주최한 제1회 창의적 문제 해결력 전국대회에서 장려상을 받는 등 각종 대회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박군은 어떻게 창의사고력을 키울 수 있었던 걸까.
박군은 수학 과외를 받거나 영재 학원에 다니면서 따로 지도를 받지 않았다. 일년 전부터 집 근처 수학 학원에 다닌 것이 전부다. 혼자서 열심히 수학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부모가 강압적으로 공부를 시키지도 않았다.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내버려두고 싫다고 하는 것은 절대로 시키지 않는 자유방임형에 가까운 편이다.
비결은 수학과 친해질 수 있었던 환경에 있었다. 박군의 부모는 모두 건축설계사다. 주말이면 항상 박군을 건축설계사사무실에 데려가곤 했다. 자연스럽게 건축 설계도와 건축물, 도형 등을 접하게 됐고, 그것을 가지고 놀았다고 한다. 특히 신기한 모형은 직접 만들기도 하면서 도형에 관심을 갖게 됐다. 도형에 관해 물을 때마다 박군의 어머니 이인서(42)씨는 도형의 원리를 자세히 설명해줬다. 이씨는 “궁금해하는 것을 설명해줄수록 아이가 도형에 더 관심을 갖는 것 같았다”며 “도형이 나오는 수학책들을 자주 읽었다”고 말했다. 또한 맞벌이하는 박군의 부모를 대신해 할머니가 박군을 돌봤는데, 종이 접기와 게임을 좋아하는 할머니는 박군과 함께 자주 그것을 하곤 했다. 그때부터 보드게임, 큐브, 블록 쌓기 등은 박군의 취미생활이 됐다. 박군의 가족은 시간이 날 때마다 다같이 모여 게임을 하곤 한다. 박군의 방에는 게임 기구는 물론 수학과 관련된 각종 물건들로 가득하다.
박군이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TV 오락프로그램에서 도미노 게임을 하는 장면을 본 박군은 그날부터 도미노 게임에 빠졌다. 한번 도미노 게임을 하면 날 새는 줄도 모를 정도였다. 여러 가지 기구를 접목시켜 날마다 새로운 모양의 도미노를 만들었다. 이인서(42)씨는 “새로운 것을 만들면서 창의사고력이 자란 것 같다”고 말했다.
도형과 게임을 좋아한 덕분에 박군은 처음부터 수학과목을 어려워하지 않았다. 수학교과서에는 도형과 게임에 나오는 내용들로 가득했다. 자연스럽게 수학을 좋아하게 됐고, 수학문제 푸는 것을 즐거워했다. 그 결과 박군의 수학성적은 항상 만점이었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더 흥미를 느꼈다. 각종 경시대회에 참가한 것도 좀 더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서였다. 박군은 “어려운 내용이나 전혀 새로운 유형의 수학문제를 풀었을 때는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씨는 “수학을 잘하는 아이로 만들고 싶다면 억지로 학원에 보내는 것보다 수학을 좋아하게 만들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며 “도형이나 게임을 이용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군은 현재 10월에 있을 영국멘사게임대회 출전을 앞두고 대회 준비에 한창이다.
“제게 수학은 즐거운 게임입니다”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멘사 게임 대회 대상 박세현군
건축설계사 부모 밑에서 퍼즐·도형에 익숙해져
억지로 학원 보내지 말고 수학 재밌게 해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