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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엄마표 공부에 매달렸어요. 처음에는 제가 원하는 대로 성적이 잘 나오더군요. 그러면서 조금씩 욕심이 생겨 선행 학습까지 하게 됐죠."(초등 3학년 자녀 둔 이혜영씨)
그러나 엄마표 공부의 효과가 계속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아이가 2학년에 진학하면서 좋아하던 수학에 흥미를 잃었고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담임교사의 걱정 어린 전화도 걸려왔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 때문에 한동안 마음고생을 했다. 최근 엄마표 교육을 하는 가정이 늘면서, 이씨처럼 실패를 경험하는 엄마도 부쩍 늘었다.
◆엄마표 교육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엄마’ -
엄마표 고수들은 “실패하는 엄마들의 대부분이 ‘엄마표 교육은 학원에서 하던 선행학습을 집에서 대신하는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엄마표는 아이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마표 7년차인 윤익상(37)씨도 “엄마 스스로 학원 선생님의 역할을 대신하려다 보면 아이를 혼내거나 윽박지르게 되고 공부는커녕 자녀와의 사이가 벌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런 엄마표라면 차라리 학원에 보내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엄마표의 목적을 교과 학습으로 한정하는 것도 실패의 원인이 된다. 엄마표의 장점은 아이와 유대감을 형성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학습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서로 지치게 되는 것이다. 즉, 아이가 ‘엄마는 공부만 강요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우후죽순으로 올라오는 ‘엄마표 성공담’을 맹신하는 것도 한몫을 차지한다. 엄마표 5년차 조수진(35)씨는 인터넷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많은 초보 엄마들로부
터 쪽지를 받았다. 조씨가 활용하는 엄마표 노하우를 알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가장 흔히 하는 질문이 ‘교재를 어디서 샀는지’ ‘교재를 어떻게 활용했는지’예요. 내 아이에게 맞는 교재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기 전에 성공한 엄마들이 활용한 교재를 무턱대고 사들여놓고 교재에 아이를 맞추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가 그렇게 한심해 보일 수가 없대요. 가르치면 따라올 거란 생각은 엄마의 욕심일 뿐이죠.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눈을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엄마가 모든 활동 자료를 제작하고 구성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원인이 될 수 있다. 4살 자녀를 둔 엄마표 3년차 박현진(33)씨는 “100% 엄마표를 지향하면 엄마가 지친다. 때에 따라서 문화 센터나 만들어진 교구, 참고서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에서 쉽게 할 수 없는 짐볼 놀이, 미술 놀이 등을 접할 수 있고 활동을 하면서 떠오른 아이디어로 사후 활동을 계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표 교육 키워드 ‘낮게’ ‘천천히’ ‘차근차근’
엄마표 실패로 마음 졸이던 이혜영씨는 방법을 달리했다. 선행 학습 대신 교과서 복습을 권했다. 하루에 10~20분 정도를 할애해 배운 내용을 꼼꼼히 되짚어 보고 모르는 부분은 스스로 알아내도록 기다렸다. ‘이건 뭘까?’라는 말을 습관처럼 아이에게 건넸다. 대화하듯이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아이가 설명해주는 내용에 맞장구도 쳤다. 학습 외적인 부분에도 신경 썼다. 박물관, 캠프, 무료 강좌 등에 참여해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경험’을 가르쳤다. 그러자 반년도 되지 않아 독서와 수학을 좋아하는 예전의 ‘그 아이’로 돌아와 있었다.
이씨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엄마의 기대치가 높으면 엄마표가 실패할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마다 학습 정보를 받아들이는 시기와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내 아이의 특성을 파악하고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을 ‘엄마표 줏대’를 먼저 세울 것”을 귀띔했다.
조수진씨는 “엄마표가 성공하려면, 낮고 천천히 가야 한다. 하루에 학습지 1장이 적어 보이지만, 한 달이 모이면 30장이다. 공부하는 습관을 형성해 가는 과정이라 이해하고 공부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재촉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 >엄마표, 이것만은 주의하세요
1. 자녀의 나이가 어릴수록 ‘엄마표쯤이야’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요즘 교육 환경은 부모 세대가 접했던 획일적인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틈나는 대로 교과서와 참고서를 활용해 공부하자.
2. ‘엄마랑 함께 알아볼까?’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많이 해 아이가 학습의 주체가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엄마가 주체가 된다면 아이는 끌려 다니다 지친다.
3. 엄마표는 짧은 시간 안에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최소 5~6년이 걸린다. 조급함은 버리고 느긋한 마음으로 아이를 기다리자.
4. 엄마와 함께하는 공부라도 시간과 규칙을 정하자. 들쑥날쑥한 학습은 공부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것은 물론 엄마와 아이가 지치고 만다.
무턱댄 교재·엄마 욕심에 아이는 지친다
김명교 맛있는공부 기자
kmg8585@chosun.com
엄마표 교육 왜 실패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