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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연못에서 올챙이 한 마리를 건져내자, 초등학생 20여명이 한꺼번에 탄성을 질렀다.
"우와, 올챙이다! 우와, 새우도 있다!"
마치 보물찾기에서 금은보화라도 찾은 듯 아이들의 눈망울이 커졌다.
지난달 30일 오전 11시쯤 강동구 길동 '길동생태공원'을 찾은 신명초교 4학년 4반 학생들은 생태안내 자원봉사자 선생님 박홍숙(45)씨의 설명에 푹 빠져들었다.
"버드나무 열매 속 씨는 이렇게 훅 불면 날아가도록 생겼어요." 박씨가 설명을 하며 솜털 달린 씨를 날려보내자, 아이들의 눈동자가 일제히 바람에 날리는 꽃으로 향했다. 봄을 맞아 '자연'이라는 최고의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숲과 바람, 나무와 연못이 바로 최고의 선생님이다.
◆길동생태공원
길동생태공원은 8만여㎡의 너른 면적에 ▲수생식물과 수서곤충, 개구리 등을 관찰할 수 있는 습지 지구, ▲민물고기와 조류를 공부할 수 있는 저수지 지구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산림 지구, ▲농촌 풍경을 복원한 초지 지구 등이 테마별로 꾸며져 있다. -
이날 공원을 찾은 신명초교 학생들은 허브의 냄새를 맡고, 버드나무 잎과 쑥의 맛을 비교해보며, 노란 꽃이 피어난 피나물의 빨간 진액을 손등에 묻혀봤다. 신명초 홍성민(36) 교사는 "학생들한테 너무 인기가 좋은 수업이라 해마다 이곳에 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은 작은 동물, 작은 식물 하나하나의 이름을 알게 되는 순간 입이라도 맞춘 듯 연방 탄성을 자아냈다. 채민지(10·4년)양은 "교실보다 야외에서 공부하는 게 훨씬 재밌고 좋다"고 했다. 김서빈(10)군도 "버드나무 잎의 떫은맛이 이상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공원 맞은편 길동생태문화센터에서는 각종 곤충과 버섯, 벌 등의 다양한 생태 전시물도 관람할 수 있다. 공원에서는 '민들레 생태학교' '숲속 보물찾기' '토요생태학교' 등 다양한 생태교실을 운영한다. 참여하려면 인터넷(parks.seoul.go.kr/gildong)이나 전화(02-472-2770)로 예약하면 된다.
◆우면산 생태공원·아차산 생태공원
'우면산 자연생태공원'은 두꺼비로 유명하다. 서울시 보호야생동물로 지정된 두꺼비의 산란처이자 집단서식지이다. 우면산 자연생태공원은 산림 가운데 습지생태계인 저수지가 있어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 올챙이가 단체 '군무'를 하듯 유영하는 장관과 새끼두꺼비의 이동을 관찰할 수 있다. 대략 오는 20일쯤까지 부화된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 올챙이떼를 볼 수 있고, 5월 말에는 변태를 마친 새끼 두꺼비가 대이동을 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 가야 두꺼비 대이동 진풍경을 관찰하기 쉽다.
우면산은 천연기념물인 소쩍새와 노랑턱멧새 등 50여종의 동물과 각종 식물이 자라는 자연 생태계의 보고다. 공원 이용은 무료지만 생태계 보전을 위해 1일 360명 이내로 관람을 제한하기 때문에 사전에 홈페이지(www.seocho.go.kr/site/up/index.jsp)로 예약해야 한다.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1번 출구나 아차산역 2번 출구로 나와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아차산 생태공원(www.gwangjin.go.kr/achasan)도 봄나들이 체험객을 기다린다. 2만3140㎡(7000평) 규모를 자랑하는 이 공원은, 자생식물원·나비정원·습지원·소나무 숲·자생관찰로 등을 갖췄다. 매월 10여가지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5월은 생태 체험 최고의 적기다.
오는 15·29일 오후 3~5시 '곤충 탐험교실'을 열어 곤충 관찰도 하고, 8·22일에는 '식물 탐험교실'을 열어 식물 관찰과 생태놀이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송파 숲유치원·강북 오동공원 숲체험장
자연 안에 학교가 생기기도 했다. 송파구 오금공원에서는 요새 아이들이 부러진 나뭇가지와 돌멩이, 솔잎을 놀이 기구 삼아 한창 뛰놀고 있다. 공원 안에 들어선 파인8어린이집은 자연림과 조성림으로 꾸며진 숲 안에서 국내 최초 관 주도 숲 유치원으로, 지난 3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박희숙원장은 "4세 이하 아이들 27명이 하루에 4시간 정도 숲에서 지내며 자연을 만끽하고 있다"며 "운동량이 많아 건강해진 탓에 감기도 덜 걸리고, 집에서 말도 많이 하며 성격이 밝아진 효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통나무집에서 아이들은 비·바람을 피하기도 하고, 동화책도 읽는다.
강북구 오동근린공원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형 숲체험장이 들어섰다. 숲체험장에는 테마별로 숲속놀이·동물모형·생태체험장 등이 꾸며졌다. 개구리 사운드홀과 잠자리 시선 등 과학놀이시설과 각종 동물 모형이 전시돼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고 있다. 소나무 군락 3000㎡와 잣나무 군락 3곳 2000㎡를 피톤치드 체험장으로 조성해 삼림욕도 즐길 수도 있다.
서울시 최광빈 푸른도시국장은 "생태공원이나 숲 체험장 등을 통해 자연을 자주 접하면 건강에도 좋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작은 연못과 숲… 자연이 최고의 선생님"
김성모 기자
sungmo@chosun.com
도심 속 생태 체험학습 명소
길동생태공원… 습지·저수지·산림·농촌 4色
우면산 생태공원… 두꺼비 집단서식지로 유명
강북 오동근린공원… 아이들 위한 놀이형 숲체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