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배 작가의 맛 이야기] 밥 안 먹는 여자를 찾아라 (하)
신현배 작가
기사입력 2010.06.06 01:03

밥먹는 아내 감시하다 혼쭐난 김부자
"여보 미안하오, 내 욕심이 과했소"

  • 삽화=양동석
    ▲ 삽화=양동석
    하녀는 마님이 시키는 대로 김 부자에게 달려가, 마님이 부엌에서 몰래 밥을 먹는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자 김 부자는 얼굴빛이 달라졌습니다.

    “밥을 먹어? 이제까지 나를 속였구나.”

    김 부자는 씩씩거리며 하녀가 일러 준 대로 굴뚝을 통해 아궁이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이때 부엌에 있던 아내가 아궁이 속에 장작을 넣고 불을 때기 시작했습니다.

    “앗, 큰일 났다!”

    김 부자는 불길과 연기를 피해 굴뚝으로 올라갔습니다. 독한 연기 때문에 쉴 새 없이 기침이 나왔습니다. 김 부자는 이 일로 병을 얻어 사나흘을 몸져누웠습니다.

    “네가 시키는 대로 했다가 연기에 질식되어 죽는 줄 알았다.”

    김 부자는 몸을 추스르자 하녀를 불러 이렇게 털어놓았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나리께서 아궁이로 내려가셨을 때, 불을 땔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제 안심하십시오. 요즘 마님께서는 창고 방에서 밥을 드시니 그런 위험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 창고 방에 숨어서 지켜볼 만한 데가 있느냐?”

    “창고 방에 왕대통이 있으니 나리께서는 왕대통에 몰래 들어가 숨어 계십시오.”

    하녀가 김 부자에게 일러준 말은, 마님이 하녀에게 미리 일러둔 것이었습니다.

    김 부자는 하녀가 시키는 대로 창고 방의 왕대통 속에 몸을 감추었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밥을 먹으러 오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렸습니다. 잠시 뒤 하녀로부터 김 부자가 왕대통 속에 들어갔다는 것을 전해 듣자, 마님은 하녀 몇 사람을 따로 불러 명했습니다.

    “왕대통을 깨끗이 씻어라. 때가 잘 빠지게 뜨거운 물을 사용해야 한다.”

    하녀들은 펄펄 끓는 물을 왕대통 속에 부었습니다.

    ‘앗, 뜨거워!’

    왕대통 속에 숨어 있던 김 부자는 뜨거운 물에 살이 데어도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습니다. 집안 식구들에게 들키면 망신을 당할 것 같아서였습니다.

    김 부자는 이번 일로 또 병을 얻어 사나흘을 몸져누웠습니다.

    ‘아내가 밥을 먹나 안 먹나 확인하려다가, 내가 험한 일을 두 번이나 당했구나. 사람이 밥을 안 먹으면 살 수 없지. 이 세상에 밥을 먹지 않고 사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걸. 미련하게도 나는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내 욕심만 차리다가 하느님께 벌을 받았구나.’

    김 부자는 비로소 정신을 차렸습니다. 아내 덕분이었습니다. 김 부자는 아내가 너무도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병석에서 일어나자마자 아내를 위해 잔치를 열어 주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비빔밥


  •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인 비빔밥은 밥에 고기·나물·튀각 등 여러 가지 반찬을 얹어 참기름과 양념으로 비벼 먹게 한 음식이다. 비빔밥은 한자로 ‘골동반(汨董飯)’이라 하는데, ‘어지러울 골(汨)’자에 ‘비빌 동(董)’자, 즉 여러 가지 반찬을 섞어 비빈 밥이라는 뜻이다.

    비빔밥의 유래를 보면 몇 가지 설이 있다. 첫째는 ‘묵은 음식 처리설’이다. <동국세시기>에는 “섣달 그믐날 저녁에는 먹다 남은 음식을 없애고 새해 첫날을 맞이하기 위해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라고 적혀 있다.

    둘째는 ‘음복설’이다. ‘음복’은 제사를 지내고 나서 제사에 썼던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을 말한다. 옛날 사람들은 제사를 지내면 신과 사람이 골고루 나눠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때 제상에 올린 음식들을 골고루 섞어 비벼 먹었다는 것이다.

    셋째는 ‘농번기 음식설’이다. 바쁜 농사철에 아낙네들이 들판으로 밥을 가져갈 때 밥과 나물들을 각각 큰 그릇에 담아 가지고 가, 작은 바가지에 밥과 나물을 섞어 비벼 먹게 했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궁중에서 임금이 점심 때 가볍게 먹던 ‘비빔’에서 비롯되었다는 ‘궁중 음식설’, 임금이 전쟁 중에 피란을 갔을 때 수라상에 올릴 음식이 없어 밥과 나물을 비벼 먹게 되었다는 ‘피란 음식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