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이 우리 악단 지휘자에요"
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
기사입력 2010.06.04 09:31

강남초 관현악단, 창단 1년 만에 명문으로

  • “잠깐잠깐! 트럼펫이 너무 커. 이 부분에서 (소리를) 강하게 하면 다른 파트가 죽어버린단 말이야. 알았지? 자, 다시 한번. 1, 2, 3, 4!”

    3일 오전 8시, 서울 강남초등학교 5층 음악실. 지휘자의 짧은 지적에 4명의 트럼펫 주자는 물론 60여 명의 모든 단원이 사뭇 진지해졌다. 그리고 지휘자의 손짓과 함께 시작된 ‘카르멘’ 중 ‘투우사의 노래’는 충분히 경쾌했고, 부드러웠으며, 또 아름다웠다.

  • 박인배 교장 선생님과 강남초등 관현악단 어린이들이 3일 아침 연습을 하고 있다.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박인배 교장 선생님과 강남초등 관현악단 어린이들이 3일 아침 연습을 하고 있다.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강남초등 관현악단은 창단된 지 2년도 채 안 된 신생 연주단. 그러나 창단 1년 만인 지난해 서울학생동아리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할 만큼 실력이 탄탄한 명문 관현악단이기도 하다.

    강남 관현악단의 탄생과 성장의 중심에는 이 학교 박인배 교장 선생님이 있다. 2008년 9월 부임한 박 교장 선생님은 꼭 한 달 뒤 관현악단을 창단했고, 다시 두 달 뒤 송년음악회를 이끌었다. 매일 아침 8시부터 50분 동안 관현악단을 직접 지도하는 것도 물론 교장 선생님이다.

    바이올린·첼로·플루트·클라리넷·트럼펫·트롬본·드럼·마림바 등으로 구성된 강남 관현악단은 오디션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악기 한 번 만져본 적이 없어도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단원으로 받아들여진다. “하고 싶은 마음이 바로 소질”이라는 박 교장 선생님의 소신 덕분이다. 교장 선생님은 “간절히 원하는 아이들은 열심히 하기 마련이고, 실력도 더 빨리 는다”면서 “아이들은 누구나 똑같은 능력을 갖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다듬느냐가 지도 교사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관현악단에 들어온 어린이들은 매일 아침 10~20분씩 교장 선생님의 개별 지도와 점심시간 특별 지도를 받는다. 하지만 교장 선생님의 특별한 믿음에 부응이라도 하듯, 불과 한두 달 만에 화음을 맞출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실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5월 입단한 여영훈 군(5년)은 “트럼펫이 너무 재미있어서 혼자서도 꾸준히 연습하곤 한다”면서 “걱정했던 것만큼 어렵지 않다”며 자신 있게 말했다.

    박 교장 선생님은 합창·합주 예찬론자. 그는 “어울림·협동심·배려심·자신감을 키우는 데 최고”라고 말했다. 강남 관현악단의 올해 목표는 서울학생동아리 2연패. 박 교장 선생님의 꿈은 몇 년 앞으로 다가온 정년퇴임식을 관현악단과 함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