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로지 ‘길’만을 도화지 위에 그리는 꼬마가 정식 화가로 데뷔한다.
1일부터 개인전을 여는 편지원 군(충남 천안 오성초등 4년)은 지난해 봄 열린 서울오픈아트페어(SOAF) 공모전에서 최연소 입상한 실력파. SOAF가 역량 있는 젊은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실시한 공모전에는 200여 명이 넘는 응모자들이 몰렸고, 이 중 지원이를 제외한 모두가 미술 전공자들이었다. 당시 지원이는 ‘판교교차로’와 ‘서이천휴게소’의 약도에 색을 입힌 ‘독특한 그림’으로 화제를 모았다.
아버지 편종필 씨는 “6학년이 되면 개인 전시회를 열어줄 계획이었는데, 6개월 전쯤 갤러리에서 좋은 제안을 받아 서둘렀다”면서 “워낙 독특한 소재에 뚜렷한 색감의 작품이어서 관심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첫 개인전에 내놓는 작품들은 역시나 길을 소재로 한 것들. ‘반포IC’, ‘현풍IC’, ‘동탄JC’ 등 그동안 지원이가 직접 가보거나 인터넷을 통해 수없이 관찰한 곳들이다. 최대 50호에서 최소 8호에 이르는 12점의 아크릴화와 수십점의 드로잉을 위해 지난 6개월 동안 지원이는 매일 적게는 1시간에서 많게는 4시간씩 캔버스 앞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
지원이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길에 관심이 많았다. 여행을 떠나면 꼭 휴게소에 들러 주변 관광지도를 챙겨봤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자 매일 포털의 지도 검색 서비스를 이용했다. 아버지 편 씨는 “지원이는 전국 어디에, 언제 새로운 길이 뚫리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스케치북에 길 그림이 하나 둘 쌓이기 시작했다. 또래들이 좋아하는 사람이나 동물그림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지원이에게 길은 “통로이고 창문이며, 자연”이다. “모든 길을 연결해주고, 세상을 보여주며, 자연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장래 꿈이 천문학자인 지원이는 앞으로는 캔버스에 우주를 담아낼 계획이다. 편지원의 ‘길 그림전’, 충남 천안 파랑갤러리에서 6일까지.
11살 편지원 군, 오늘 화가 데뷔전 "길이 좋아 길만 그렸어요"
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