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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870명 중 다문화 가정 어린이 55명. 서울 용산구 이태원 보광초등학교는 다문화 교육의 메카다. 휴식 시간에 교실 밖으로 뛰쳐나오는 아이들 속에 그 애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내리던 봄비가 또 쏟아지던 지난 24일, 이선규 교장선생님과 ‘다문화’ 이야기를 나눴다. 박은경 교감선생님도 자리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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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갈수록 늘어난다면서요?
“현재 15개국 어린이 55명이 재학 중입니다. 학년이 낮아질수록 많아져 1학년은 17명에 이릅니다. 늘어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어요.”
아이들의 출신 국가는 이라크·나이지리아·모로코·아프가니스탄·우즈베키스탄·방글라데시·파키스탄·필리핀·러시아·몽골·중국·인도·일본·인도네시아·베트남이다. 출신국이 이렇게 다양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왜 이렇게 늘어납니까?
“우리 학교가 다문화 교육의 메카가 됐어요.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은 방과후 학교, 급식비 등 모든 게 무료예요. 이런 애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알찹니다. 소문 듣고 찾아오는 학부모들이 많아요. 인근 국제학교의 재학생도 전학을 문의해 올 정돕니다.”
-어떤 프로그램이기에.
“우선, 한국어반을 운영하고 있어요. 초·중급으로 나눠 일주일에 두 차례, 1회에 2시간씩 수업을 하고 있죠. 다문화 학부모도 4명이나 수강을 하고 있어요. 공부 돋움반도 있습니다. 숙명여대 학생들이 맨토가 돼 1 대 1로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매주 두 차례, 하루 3시간씩 진행하고 있는데, 수업시간을 더 늘려달라는 요청이 많아 일주일에 세 차례로 늘릴 예정입니다. 밤 9시까지 운영하는 종일 돌봄교실에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절반이 넘어요. 토요일에도 운영하니까 학부모들이 너무 좋아해요. 놀토에는 이 애들을 데리고 민속촌·한옥마을 등으로 문화체험행사를 떠납니다.”
이 교장선생님은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대해 끝도 없이 설명을 이어 나갔다. 개별 상담을 통한 진로지도, 연간 6차례 갖는 문화 간 이해증진 행사 등등…. 지면 관계상 세세한 내용을 다 펼쳐놓진 못하지만, 과연 다문화 교육의 메카답다는 느낌을 진하게 받았다.
-어려운 점도 많으시죠.
“선생님들이 정말 고생하세요. 우선 학부모들과 말이 안 통하니까 힘들어해요. 가정통신문 보내도 대답이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슬람 문화권 부모들은 급식에 돼지고기가 섞여 나오면 애들한테 주지 말라고 해요. 이런 식으로 문화 차이에 따른 요구들이 참 많아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수업 외 수업에 대한 부담도 큽니다.”
박 교감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선생님들이 아이들 교육에 투입하는 시간이 늘어난 대신 잡무는 확 줄어들었다고 한다. 선생님들이 불만 없이 학교 방침에 따르는 것은, 이 교장선생님의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 덕분이라고도 했다.
-한국 어린이들한테는 어떤 영향이 있나요?
“우선 아이들이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요. 자연스럽게 국제화가 되는 거죠. 어렵고 힘든 아이들에 대한 배려를 몸으로 경험하기 때문에 인성교육의 효과도 있어요. 다만 한국 아이들도 가정환경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상대적으로 지원이 덜 될 수도 있어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다문화 교육이 왜 중요한가요?
“이 아이들이 크면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한국 홍보대사가 되는 거지요.”
-아이들에게 한 말씀.
“큰 꿈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돼라. 남이 시켜서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하는 사람이 돼라.”
[교장선생님과 교정 산책] 서울 보광초등학교 이선규 교장선생님
금교돈 편집실장
kdgold@chosun.com
한국어반ㆍ공부 돋움반…'다문화 교육의 메카'
다문화 어린이 55명 재학
방과후학교ㆍ급식비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