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요! 선생님] 학교에서 휴대폰 '사용금지' 당했어요
남미숙 선생님 (서울 동의초등 교감·교육학 박사)
기사입력 2010.05.24 10:12
  • Q. 6학년 남자 아이예요. 우리 반 아이(영수)가 화장실에서 소변 보는 아이(철수) 뒷모습을 찍은 다음에 철수가 좋아하는 여자 아이 휴대전화로 보냈어요. 물론 발신자 번호를 철수로 해서 보냈지요. 그 여자 아이가 선생님한테 말씀드리는 바람에 사건이 터졌어요. 영수는 물론, 그 자리에 있었던 우리 모두 반성문을 쓰고, 한 학기 동안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벌을 받았어요. 친구가 장난하는 것을 구경만 했는데 억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남미숙 선생님
    ▲ 남미숙 선생님
    A1. 이건 심각한 사건이에요

    상담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니까 이거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일 같아요. 소변 보는 뒷모습을 찍었다고? 그리고 그 사진을 여자 아이에게 보냈다고? 발신자 번호도 바꾸어서? 그런데 그 모습을 다른 아이들은 구경만 하고 있었다고? 이렇게 커다란 사건을 반성문만 쓰게 하고, 휴대전화 사용 금지로 마무리하다니. 담임선생님께서 너무 가볍게 벌을 주셨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자리에 있었던 친구들은 휴대전화를 사용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니까 진심으로 반성할 때까지 전화 사용을 중지시켜야 할 거 같은데요? 철수와 그 여자 아이에게는 무릎 꿇고 싹싹 빌어 용서를 구해야 하고요.

    A2. 휴대전화 사용 자격

    휴대전화의 용도는 무엇일까요? 그 용도에 어긋나게 다른 사람을 곤란하게 만든다거나 속이는 것은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태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 친구들에게 휴대전화 사용 중지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요.

    A3. 구경만 했다고?

    선생님은 고자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에요. 하지만 상대를 골탕먹이기 위한 ‘고자질’과 다른 사람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신고’는 다르다고 봐요. 영수의 행동을 보면서 철수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배려했다면 먼저 영수를 말렸어야 했고, 여자 아이가 기겁해서 선생님께 달려가기 전에 선생님께 말씀드렸어야 했어요. 다른 사람의 잘못된 행동에 동조하지 않고 구경만 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라고 자신을 변호하는 친구들을 보아요. 하지만 말리지 않은 것도, 다른 사람의 곤란함을 모른 체 넘기는 것도 바른 행동이 아니랍니다. 구경만? 내가 본 다른 사람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절대로 ‘구경만’은 곤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