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인터뷰] 국내 최연소 프로기사 최정 양 "대학만 좇는 삶 부럽지 않아…바둑 알게 해준 아버지께 감사"
성남=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
기사입력 2010.05.24 10:12

7세 때 시작…'만13세 7개월'에 입단
"남자 기사들과 대등한 대결 펼치는 게 꿈"

  • 만 13세.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은 한창 꿈많은 나이다. 그러나 최정 양(서울 충암중학교 2년)은 벌써 인생의 큰 목표 중 한가지를 이뤘다. ‘프로기사’의 꿈. 최정 양은 지난 17일 열린 여류입단대회 입단자 결정전에서 44번째 여자프로기사의 주인공이 됐다. 만13세 7개월로, 국내 최연소 프로기사가 된 것이다.


  • ‘국내 최연소 프로기사’ 최정 초단은 바둑의 장점을 묻자 “집중력과 사고력ㆍ창의력을 키우는데 최고”라면서 “단점은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성남=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국내 최연소 프로기사’ 최정 초단은 바둑의 장점을 묻자 “집중력과 사고력ㆍ창의력을 키우는데 최고”라면서 “단점은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성남=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최정 초단은 일곱살때 처음 바둑돌을 잡았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피아노, 스피드 스케이팅, 그림 학원 등을 돌아다닌 끝이었다. “열심히는 했지만, 어디서도 소질을 발견할 수가 없었어요. 그림은 따라그리기는 잘 했지만 전혀 창의적이지 못했고, 스피드 스케이트는 3바퀴를 도는 대회에 나갔다가 남들보다 1바퀴나 뒤져서 들어올 정도였어요(웃음).” 결국 바둑을 좋아하던 아버지는 딸과 같은 취미를 갖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바둑교실을 찾았다. 그리고 3개월 뒤 바둑교실 원장은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는 (바둑) 천재입니다.”

    그렇게 최정 초단의 바둑인생은 급물살을 탔다. 초등 2학년 때 온가족이 광주에서 서울로, 다시 분당으로 이사를 했다. 모두 딸아이의 바둑공부를 위해서였다. 여류 국수전 준우승(2008년), 한바연 최강부 138ㆍ139회 우승(2008년) 등을 거머쥐며 최정 초단은 승승장구했다.

    본격적으로 바둑공부를 시작한 후부터 최정 초단이 바둑판 앞에 앉아있는 시간은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방학 때는 하루종일 도장에서 살다시피한다. 다른 친구들이 친구문제, 공부문제로 고민하는 시간을 오로지 흰돌ㆍ검은돌과 씨름하면서 보낸 것이다.

    그러나 최정 초단은 다른 친구들의 평범한 삶이 전혀 부럽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자신의 소질은 알지도 못한 채 모두가 오로지 대학에 가기 위해서 공부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래서 일찍 자신의 특기를 계발해준 아버지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물론 바둑공부만 하다보면 지루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 순간은 오래가지 않아요. 정말 잠깐일 뿐이에요.”

    물론 중간중간 고비도 있었다. 초등 6학년째 처음 참가한 입단대회에서 예선 탈락했을 때는 정신이 아득했고, 지난해 입단대회 결승전에서 패했을 때는 ‘왜 방심했을까’하는 후회에 가슴을 치기도 했다.

    그러나 스스로 원해서 하는 바둑은 고통보다 더 큰 기쁨을 주곤 했다. “잘 둬서 이길 때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또 좋은 수를 발견할 때는 기분이 얼마나 좋은데요.” 도장에서 하루종일 바둑공부를 하다가 집에 돌아가서도 또 바둑 잡지를 펴드는 건 그만큼 바둑이 주는 기쁨이 크기 때문이리라.

    루이나이웨이 9단을 가장 존경한다는 최정 초단은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싸우는 것은 자신있는데, 아직 형세를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해요. 또 끝내기도 약하고요.” 최정 초단의 꿈은 남자 기사들과 대등하게 대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