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는 마음을 맑게해줘요"
김시원 기자 blindletter@chosun.com
기사입력 2010.05.21 06:25

'대한민국 동요대상' 지도부문 대상받은 유희창 교장선생님

  • “선생님 의자에 가만히 앉으면/ 선생님 마음 모두를 알 것 같아요/ 잘되라고 나무라시고 마음 아파하시던/ 언제나 우리들을 사랑하시는 선생님 마음”

    20일 서울 계남초등학교. 동요집을 뒤적이던 유희창 교장선생님의 입에서 곱고 부드러운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선생님 마음’이라는 동요예요. 가사가 매우 아름답지요. 이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선생님과 제자의 서로를 향한 사랑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유 교장선생님은 19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제23회 대한민국 동요대상’ 시상식에서 지도·보급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어린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친 지 어느덧 40년. 그는 “누구에게 인정받기 위해 한 일은 아니었는데, 큰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지도하라는 채찍질로 알겠다”며 겸손해했다.


  • 계남초 유희창 교장선생님이 지휘봉을 들고 합창단 아이들의 야외 연습을 지도하고 있다.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계남초 유희창 교장선생님이 지휘봉을 들고 합창단 아이들의 야외 연습을 지도하고 있다.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어렸을 때부터 눈에 띄게 노래를 잘 불렀던 유 교장선생님은, 당시 선생님들에게 “커서 음악가가 돼라”는 칭찬을 곧잘 들었다. 교대에 들어가서는 자연스럽게 음악 전공을 선택하게 됐고, 1969년 전북 남원 운성초등학교에 첫 교사 발령을 받으면서부터 ‘합창부’를 지도하기 시작했다.

    “운성초는 작은 시골학교였어요. 다 부서져 가는 풍금 한대를 놓고 6학년 아이들과 깜깜해질 때까지 ‘죽어라’ 합창대회 연습을 했어요. 그래서 남원에 있던 57개교 중에서 큰 학교를 다 제치고 3등을 했지요. 남원 대산초등학교에서 근무할 때는 대회에 입고 나갈 1800원짜리 합창복을 사기 위해서 아이들과 함께 고사리를 꺾어서 장에 내다 팔기도 했어요. 그때는 1등을 했어요.”

    유 교장선생님의 지도를 받은 합창부는 나가는 대회마다 상을 휩쓸었다. 1988년 근무지를 서울로 옮겨서도 학교 합창부 지도를 도맡아 했고, 서울시대회와 교육청대회, 전국합창대회 등 각종 대회에서 최고상을 이끌어냈다.

    유 교장선생님의 ‘동요 사랑’은 내년 정년을 앞두고도 식을 줄을 모른다. 오히려 더 뜨거워지고 있다. 선생님은 지금도 지휘봉을 들고 계남합창단 어린이들을 직접 지도하고 있다. 또 어린이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매일 아침 교내 방송을 통해 동요를 들려준다.

    유 교장선생님은 “동요는 인터넷과 게임에 빠져 삭막하게 지내는 요즘 어린이들의 감수성을 풍부하게 해준다”며 “아이들의 심성을 아름답게 하고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최고의 인성 교육”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