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과 교정 산책] 서울 미성초 윤순구 교장선생님
금교돈 편집실장 kdgold@chosun.com
기사입력 2010.05.19 10:10

'1인1재주' 교육으로 목표의식·자신감 키워줘요
특기적성 프로그램 다양화… 중앙현관에 발표무대 설치
"재주 가지면 삶 풍요로워"

  • 서울 미성초등학교 중앙 현관에 들어서면 곧바로 예쁜 그림들과 아담한 무대를 만난다. 작지만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문화예술 놀이터다. 신청만 하면 밤낮 없이 공연이 가능하다. 가족 공연도 이뤄진다. ‘1인1재주’를 강조하는 윤순구 교장선생님의 작품이다. 한 달에 한 번씩 펼쳐지는 정기 발표회에는 관객이 빼곡히 들어찬다. 이번 인터뷰는, 윤 교장선생님의 ‘특별한 교육’에 감명을 받은 어느 학부모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지난 13일, 알토 색소폰이 잘 어울리는 멋쟁이 교장선생님과 늦봄의 데이트를 즐겼다.


  •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 게…”교장선생님의 색소폰과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복도에 가득 찬다. 화음이 척척이다. 사랑과 존경과 행복의 화음이다.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 게…”교장선생님의 색소폰과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복도에 가득 찬다. 화음이 척척이다. 사랑과 존경과 행복의 화음이다.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첫 단추’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군요.
    “초등교육에서는 기초, 기본을 잘 가꾸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공부, 인성, 체력을 골고루 갖춘 아이들을 키우는 데 교육의 중점을 두고 있지요. 기본기를 잘 다져 두면 상급학교에 진학했을 때 능력을 발휘할 수 있거든요.”

    - ‘1인1재주’교육에 대한 반응이 좋습니다.
    “아이들은 목표의식이 없잖아요. 이걸 어른들이 잡아줘야 해요.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려 합니다.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한 달에 한 번씩 발표회도 갖게 했어요. 작년 특기적성 프로그램 참여율이 40%였는데, 올해는 80% 이상으로 올라왔어요. 아이들이 자기만의 재주를 가지면 자신감을 얻습니다. 성인이 됐을 땐 삶이 풍요로워지고요.”

    그는 1~2년 전부터 플루트와 색소폰을 익히고 있다. 지난번 졸업식에서 ‘만남’, ‘동행’ 등을 색소폰으로 연주하기도 했다.

    - 여자탁구부를 운영하고 계시지요?
    “강당에 탁구대가 가득해요. 아이들 체력 향상에 그만이죠. 선수는 일반 아이들 중에서 교내 대회를 거쳐 선발합니다. 실력이 아주 우수합니다. 이 애들 중에 현정화를 뛰어넘는 선수가 나올 거예요.”

    - 이 학교 첫 여자 교장선생님이신데.
    “개교한 뒤 30년 동안 남자 교장선생님들만 계셨어요. 첫 여자 교장이니만큼 남자들 눈에는 잘 띄지 않는 소프트웨어 쪽을 개선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정년퇴임이 5년 남으셨습니다.
    “73년 경기도 연천에서 초임교사로 발령받은 지 36년이 흘렀네요. 당시 학생들이 지금 48살이 돼 함께 만나고 있어요. 같이 늙어가고 있죠. 미성초등이 교단생활의 마지막 학교가 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 내 모든 걸 쏟아부어 봉사해야죠.”

    - 어린 시절부터 교사가 꿈이셨나요?
    “5학년 때 글쓰기 시간에 미래의 꿈을 선생님이라고 적었습니다. 이때부터 내 말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했어요. 발표가 중요한 점이 바로 이겁니다. 남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선언하게 되면, 그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실천하게 된다는 겁니다.”

    - 최근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은?
    “에모토 마사루의 ‘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서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라는 가르침을 얻었어요. 학부모들께도 이 점을 자주 말씀드려요. 미완성의 아이들은 물과 같아서 담는 그릇에 따라 인생이 달라집니다. 잘 될 거라는 긍정적 생각을 가지면 긍정적 결과가 얻어집니다.”

    - 아이들에게 한 말씀.
    “앞으로의 세상은 너희들 것이다. 우선 체력을 기르고 공부를 열심히 하되, 한가지 소질을 계발하라. 훌륭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길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