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에 봉사의 기쁨 가르쳐요"
우승봉 기자 sbwoo@chosun.com
기사입력 2010.05.14 00:17

'자율봉사활동'으로 근정포장 받는 박찬자 선생님

  • “예전에 4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학생들에게 ‘숨은 일꾼’ 놀이를 시킨 기억이 나요. 남몰래 선행을 베풀되 다른 사람이 알게 해선 안 되는 놀이였는데, 학생들 앞에서 제가 술래가 된 기분이네요.”

    선생님은 몹시 쑥스러워했다. “봉사활동이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숨은 선행이 많이 알려져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면서도 정작 자신의 수상 관련 이야기를 꺼낼 땐 손사래를 쳤다. 스승의 날(15일)을 맞아 모범교원에게 수여되는 포상에서 교내 ‘자율봉사활동’ 기획의 공을 인정받아 근정포장을 받게 된 서울 옥정초등학교 박찬자 선생님. 박 선생님은 “어린이들에게 대가 없는 노작의 즐거움을 알려주고파 봉사활동을 연구하게 됐다”고 했다.


  • 서울 옥정초등 어린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피해가는 일에 앞장서 팔을 걷어붙인다. 배려와 나눔에서 오는 봉사의 참맛
을 알기 때문이다. 제자들의 이런 착한 마음을 이끌어낸‘봉사 전도사’박찬자 선생님(왼쪽 맨 뒤)이 오는 스승의 날(15
일) 정부로부터 근정포장을 수여받는다.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서울 옥정초등 어린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피해가는 일에 앞장서 팔을 걷어붙인다. 배려와 나눔에서 오는 봉사의 참맛 을 알기 때문이다. 제자들의 이런 착한 마음을 이끌어낸‘봉사 전도사’박찬자 선생님(왼쪽 맨 뒤)이 오는 스승의 날(15 일) 정부로부터 근정포장을 수여받는다.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지난 2004년 서울 잠원초등학교에서 생활지도부장을 맡았던 선생님은 학생들의 교내 청소 봉사활동을 지도하면서 늘 한 가지가 아쉬웠다. “학급별로 돌아가면서 하는 청소인데, 강제성을 띠다 보니 학생들이 너무 건성으로 참여를 하더라고요. ‘자율봉사활동’에 대한 연구가 이때부터 시작된 거죠.”

    이듬해 선생님은 어린이들에겐 봉사의 기회가 적다는 점에 착안, 학교 교육에 실제 적용이 가능한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해 적용시키기 시작했다. 2006년 옥정초등으로 자리를 옮겨서는 이 프로그램을 더욱 다듬어, 학교와 집에서 시작한 봉사활동의 범위를 이웃으로까지 넓혀나가도록 했다. ‘공동과제 봉사활동’을 통해 두어 학년별로 한 달에 한번 자율적으로 교내 봉사활동에 참여토록 하고, ‘선택과제 봉사활동’을 통해서는 가족 단위 봉사활동을 가능케 하는 식이었다. “처음엔 선생님들도 이해를 잘 못하셨어요."
    하지만 봉사하는 기쁨이 조금씩 학생들의 마음속을 파고들면서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양재천 환삼덩굴 제거작업, 현충원 잡초 뽑기, 국립중앙박물관 청소활동 등 다양한 봉사 프로그램이 제공되면서 어린이들의 호응이 기대 이상 높아졌고, 학부모들도 ‘학부모봉사단’을 발족해 스스로 지역 내 봉사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토요일마다 잠만 자던 아버지들도 옷을 챙겨입기 시작했다. 그 결과 최근 열린 ‘선택과제 봉사활동’엔 100여 가족 400여 명이 참가하기도 했다.

    선생님은 조금 더 욕심을 냈다. 2년 전부터는 한 달에 한번가량 서울대어린이병원학교를 찾아 남몰래 백혈병 어린이들의 국어 교사를 자청한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어린이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위해 초등학교 봉사 매뉴얼을 완성할 것”이라는 박 선생님. 봉사에 대해선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