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전교생이 도예가랍니다"
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
기사입력 2010.05.13 09:55

문경 용흥초, 도자기 교실 운영···찻사발축제에 출품도

  • 물레·찰흙판·가마 등이 모두 갖춰진 교내 도
자기 체험장에서 용흥초등 어린이들이 도자
기를 빚고 있다. 용흥초등 제공
    ▲ 물레·찰흙판·가마 등이 모두 갖춰진 교내 도 자기 체험장에서 용흥초등 어린이들이 도자 기를 빚고 있다. 용흥초등 제공
    경북 문경 용흥초등학교 손규호 군(6년)은 식탁에 앉을 때마다 마음이 뿌듯하다. 엄마의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도 음식이지만, 자신의 손으로 직접 빚은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기 때문이다. 규호 군은 “내가 만든 갖가지 크기의 접시는 주방에서 쓰고, 장식용 호리병은 집안 곳곳에 전시돼 있다”며 “친구네 집들도 대부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전교생이 40명도 채 안 되는 용흥초등이 ‘도예 명문학교’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용흥초등이 자리 잡은 문경은 예로부터 ‘도자기의 고장’으로 불리는 곳. 지역 곳곳에 도자기를 굽는 가마가 수십 개 있고, 8대째 이어져 오는 도공 가문도 여럿이다. 지상규 선생님은 “전교생의 절반 이상 가정이 도예 관련 일을 하고 있다”며 “덕분에 대부분의 어린이는 어릴 때부터 도자기와 가깝게 지낸다”고 말했다.

    이런 지역적 특성을 학교 특색 교육으로 연결시킨 것은 지난 2002년부터. 교내 한편에 ‘도자기체험장’을 갖춰놓고 지역 도예가들을 초빙해 유치원생부터 6학년까지 매주 수요일 2시간씩 도예 수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흙덩어리를 조몰락거리기 바쁘던 어린이들은 흙을 가래떡처럼 길게 늘여서 둥글게 쌓기(흙가래기법)를 시작하더니, 점토를 판처럼 밀어서 원하는 형태로 재단(판상기법)하기도 하고, 손물레·전기물레를 돌리며(물레기법) 제법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물론 체험장에 갖춰진 도구들로 흙 속의 공기를 빼고, 도자기를 빚고, 유약을 바르며 그림을 그리는 일은 어린이들이 직접 한다. 다만 도자기를 굽는 일만큼은 사고 위험 때문에 선생님들이 맡고 있다.

    이렇게 매월 빚어내는 작품은 1인당 3~4개. 이 중 어린이들이 ‘자신 있게’ 고른 작품 200여 점은 지난주 폐막한 ‘문경전통찻사발축제’에 출품하기도 했다.

    고장의 명맥을 잇는다는 거창한 자부심은 제쳐두더라도 어린이들이 도자기 수업을 통해 얻는 것은 적지않다. 지상규 선생님은 “지난해 전학생이 몇 명 있었는데, 도예 수업을 몇 달간 듣더니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이 됐다”면서 “흙을 만지고, 또 집중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우성호 군(6년)은 “도자기에 그림을 그릴 때마다 가슴이 떨리는데, 덕분에 그림 솜씨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