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스케치북 받은 아이들, 산·산길만 그렸다
월간산 박정원 부장대우 jungwon@chosun.com
기사입력 2010.05.10 09:51

네팔 '엄홍길 휴먼스쿨' 개교식을 보고와서…

  •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 자락에 사는 네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세계 최고 높이에 학교를 짓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히말라야 팡보체 어린이들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 교사 앞에서 전교생과 휴먼재단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 교사 앞에서 전교생과 휴먼재단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엄홍길 휴먼재단(이사장 이재후 김&장 대표 변호사)이 지난 5월 5일 히말라야에 휴먼스쿨의 문을 열었다.  출범한 지 만 2년 만에 얻은 결실이다. 기공한 지 꼭 1년 만이다.


  • 서울성모병원 금승남 전 원장이 휴먼스쿨 학교장과 간호교사에게 의약품을 전달하고 있다.
    ▲ 서울성모병원 금승남 전 원장이 휴먼스쿨 학교장과 간호교사에게 의약품을 전달하고 있다.
    네팔의 교육환경은 열악하다. 특히 히말라야 오지의 어린이들은 교육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원정대를 이끌고 네팔을 오가던 세계적인 산악인 엄홍길은 이러한 현실을 보고 언젠가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리라 다짐했다. 학교가 세워진 팡보체는 엄홍길 원정대의 길을 안내하다 에베레스트에서 안타깝게 운명을 달리한 셰르파의 고향이기도 한 곳이다.

    어린이날에 맞춰 개교식이 열리고 수업이 시작됐다. 그림물감과 스케치북이 50여명의 어린이 손에 쥐어졌다. 그들에겐 모두 처음 보는  물건들이었다. 그림은 산과 산길이 대부분이었다. 연필로 산을 그리고 그 위에 흰 물감을 뿌리면 설산이 됐다. 그들이 이곳에서 봐온 건 그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버스를 그린 아이가 있었다. 

    “이게 뭐예요?”

    “버스요.”

    “버스는 어디 갈 때 쓰는 거예요?”

    “카트만두 갈 때 타고 가는 거예요.”

    카트만두에 친척이 살고 있는 덕분에 그 어린이는 버스를 알고 있었다.

    앞으로 이곳 어린이들은, 네팔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학교 시설에서 훌륭한 선생의 지도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엄홍길 휴먼재단은  이 학교에서 네팔의 ‘내일’이 움트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휴먼재단 회원인 서울성모병원 김승남 전 원장은 네팔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해 구급약을 학교측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