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漢字)를 알면 열 자를 깨친다
김명교 맛있는공부 기자 kmg8585@chosun.com
기사입력 2010.05.10 02:49

학습효과 인정받는 한자교육

  • 최근 한자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자교육업계에 따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한자를 가르치려는 학부모들이 늘어나 한자 학습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또 학습 만화, 게임 등 한자 학습과 관련된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는 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이명학 성균관대 한문교육학과 교수는 "최근 학습지업체 자체 분석을 살펴보면 주요 5개 회사의 학습지 회원 수는 90만명, 연 매출액만 3000억원 규모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학부모가 한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교과 개념 이해에 도움이 된다는 학습효과에 주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동안 등한시되던 한자교육, 중요성 다시 부각

    우리말의 70%는 한자말로 구성돼 있다. 한자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한자를 공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남기탁 한자어문교육연구회 회장(강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은 "한자를 배우지 않는다면 한자말의 뜻과 용례를 통째로 외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그만큼 어휘를 배우고 활용하는 데 비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한자 '學(배울 학)'을 아는 학생은 학교(學校), 학급(學級), 학년(學年) 등이 어떤 뜻을 내포하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만큼 우리말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죠. 우리나라의 수재들이 모인다는 의과대학 학생을 상대로 '의예과(醫豫科)'의 뜻이 무엇인지를 물었지만 대답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한자교육의 필요성이 점점 강조되는 것이죠."

    서예나 에듀플로 콘텐츠담당 팀장도 "한동안 한자교육이 등한시되기도 했다. 그 결과 한자교육을 받지 못한 세대의 어휘력, 논술력, 이해력 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커졌고, 한자교육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학생들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바로 어휘이다. 특히 서술형 문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요즘 어휘에 대한 학생들의 체감 난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순동 구몬학습 교육연구소 소장은 "학습할 때 한자어를 알면 개념을 스스로 정의할 수 있기 때문에 외우지 않아도 다양한 유형에 적용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자를 배우면서 성적은 업, 가족관계도 돈독"

  • 박주현군은 동생 박진주양의 든든한 한자 공부 파트너이다./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 박주현군은 동생 박진주양의 든든한 한자 공부 파트너이다./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한자 학습은 어떤 교육효과를 나타낼까. 서울 용곡초 5학년 강도혁군은 학교에서 우등생으로 손꼽힌다. 학교 성적도 우수할 뿐 아니라 특히 또래 친구들보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과 글쓰기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 비결을 묻자 강군은 "1학년 때부터 꾸준히 해온 한자 공부 덕분"이라고 귀띔했다. 어머니 김지연(39)씨는 "한자 급수를 따는 데 연연하지 않고 신문, 책 등 생활 속에서 발견한 한자어를 스스로 찾아보도록 했다. 한자를 매개로 할아버지, 아빠와 사이도 깊어졌다"고 전했다.

    박주현(서울 구산중 1), 박진주(서울 대조초 5) 남매는 형제애가 남다르다. 함께 한자를 공부하면서 성적 향상은 물론 사이도 돈독해졌기 때문이다. 이들 남매는 퀴즈를 내고 맞히는 방식으로 한자 공부를 놀이처럼 즐겼다. 진주양은 "혼자 한자를 공부하려면 힘들겠지만 모르는 것을 오빠가 쉽게 설명해줘서 재미있다"고 말했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주현군도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교과서 내용이 조금 어려워졌다. 하지만 한자 공부를 했기 때문에 어려운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어머니 정남정(38)씨의 말이다.

    "아이들이 이렇게 한자를 즐기면서 학습할 수 있었던 것은 급수를 따고 시험 점수를 올리는 데 강박관념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아이들의 미래를 장기적으로 생각한다면 시험을 목적으로 공부하기보다는 한자 자체를 익히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죠."

    아이의 성향 파악하면 한자교육이 효과적

    이순동 소장은 "글자 자체를 쓰는 것에 몰두하지 말고 한자의 쓰임, 한자어 학습에 비중을 두는 것이 좋다.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알아야 쉽게 잊어버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서예나 팀장은 "아이의 성향에 따라 학습법을 달리해야 한다. 인터넷,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는 온라인 학습 게임을, 글 읽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는 학습 만화를 권해 '한자는 어렵지 않은 것'임을 인식하도록 돕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명학 교수는 "각종 한자 시험은 학습자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이 필요할 때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토익 점수를 아무리 높게 받아도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것처럼 주객이 전도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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