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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카운터(cross counter) : (권투) 상대방에 가하는 마지막 한방, 즉 결정타.
이훈재 선생님(경기 안산 관산초등)의 이메일 아이디는 ‘크로스 카운터’다. 체육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시절부터였다. 그리고 지금 이 아이디는 선생님의 현재와 미래, 꿈과 희망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단어가 됐다.
선생님은 지난 2005년 프로테스트를 통과한 프로 복서. 그때 이미 28세로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한계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욕심은 선생님을 사각의 링 위에 서게 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믿음,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은 단 한 번의 도전에 합격이라는 열매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선생님은 프로 무대에서 첫승을 거뒀다. 탈북 복서 최현미 선수의 3차 방어전 오프닝 게임에 라이트급(62kg)으로 출전, 4라운드 종료 후 3 대 0으로 판정승을 거둔 것. 비록 왼쪽 손등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지만, 선생님은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며 오히려 싱글벙글이었다.
프로 데뷔 5년 만에 첫승을 거두기까지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1월에는 처음 출전한 신인왕전 첫 경기에 패배하면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고, 무엇보다 평소 글러브를 낄 시간을 좀처럼 내기 어려웠다. 그래도 선생님은 시간을 쪼개고 쪼개 매주 3~4일은 도장을 찾아 고된 훈련을 거듭했다.
이 선생님은 “이번 경기는 꼭 이기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해처럼 제자들이 속상해하는 것도, 실망하는 것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패배 후 잃었던 자신감도 되찾고 싶었다고 했다.
선생님에게 권투는 “더 좋은 선생님으로 만들어주는 취미 생활”이다. “체력이 좋아지고, 스트레스가 풀리니까 아이들을 더욱더 활기차게 지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얘들아, 선생님이 이겼어"
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
'복서' 이훈재 교사, 프로 데뷔 5년만에 첫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