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축시] 아! 깜짝 놀라는 소리
기사입력 2010.05.05 02:01

-신형건 시인

  • 왜 그럴 때 있지 않니?
    아! 하고 내가 놀라는 바로 그 순간에
    아! 하고 너도 놀라는
    꼭 그럴 때 말이야.

    오늘 아침엔 활짝 핀
    라일락꽃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나보다 더 놀란 건 와그르르-
    한 무더기로 피어난 수십, 수백의
    라일락 꽃송이들이었나 봐.
    서로서로 화안한 얼굴을 쳐다보며
    아! 소리를 내느라
    한꺼번에 토해 낸 꽃향기가
    나를 아찔아찔하게 했어.

    어디 그뿐이겠니?
    화단엔 철쭉꽃들이 와그르르-
    길가엔 조그만 은행잎들이 와그르르-
    꽃샘바람에 시달리던 벚나무엔
    어느새 자잘한 버찌들이 와그르르-
    거리거리엔 엄마, 아빠 손잡고
    나들이 나온 아이들이 왁자그르르-
    서로서로 눈부신 얼굴을 쳐다보며

    깜짝 놀란 듯 아! 소리들이
    온 세상에 가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