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어린이…] "외국 안가도 영어 잘할 수 있어요"
기사입력 2008.06.16 16:02

미국 스펠링비 대회 나간 '토종 영어도사' 서지원 양(한내초 5)
틈날 때마다 읽은 영어책 400권 넘어… "국어실력 갖춰야 영어실력도 늘어"

  • “아니요, 전혀. 비행기도 이번에 처음 타본 걸요?”

    ‘외국 유학 경험이 정말 없느냐’는 질문에 서지원 양(고양 한내초등 5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학원을 다녔느냐 부모님이 영어를 잘하느냐는 질문에도 똑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지원이는 지난달 29·30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내셔널 스펠링비’ 본선 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 올해 81회째를 맞은 대회는 출제자의 발음을 듣고 단어의 철자를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교육 행사. 전 세계 12개국 대표 288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 비영어권에서 온 출전자는 지원이 한 명뿐이었다. 아쉽게도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지원이는 ‘영어권 지역에 단 하루도 살아본 적이 없는’ 참가자로서 현지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 내년에 한 번 더‘스펠링 비’대회에 도전하겠다는 지원이는 요즘 48만 단어가 수록된 메리엄 웹스터 사전과 씨름 중이다. / 고양=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내년에 한 번 더‘스펠링 비’대회에 도전하겠다는 지원이는 요즘 48만 단어가 수록된 메리엄 웹스터 사전과 씨름 중이다. / 고양=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지원이는 6세 때 처음 영어학습지와 만난 뒤, 1학년 때 해리포터를 원서로 읽기 시작했고, 올 1월에는 토익 만점을 받았다. 비결은 뭘까? 어머니 정은성 씨가 대신 대답했다. “노력 덕분이죠. 하루도 빠짐없이 영어 공부를 해왔으니까요.”

    지원이는 읽기·쓰기·말하기·듣기 공부를 따로따로 하지 않는다. 눈으로 책을 읽고, 손으로 쓰면서, 입으로는 큰 소리로 읽는다. 테이프를 들을 땐 문장을 받아 적고, 입으로는 따라 한다. 7세 때 ‘나는 오늘 bread(빵)를 먹었습니다’ 같은 단순한 문장으로 쓰기 시작한 영어 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틈날 때마다 읽은 영어원서는 400권이 넘는다.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꼭 사전을 찾아본다.

    지원이는 “유학을 가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영어를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살 어린 동생도 많이 듣고, 읽고, 쓰고, 말한 덕분에 자유롭게 영어로 대화하며 원서도 읽는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우리말로 된 책도 많이 읽어야 한다”고 했다. 국어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영어 실력도 늘지 않기 때문이다.


    / 고양=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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