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선생님] 화난 마음도, 너희의 미소 한방에 '사르르'
정나래 제주북초등학교 교사
기사입력 2010.05.04 09:41
  • 정나래 교사
    ▲ 정나래 교사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정나래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아직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그 어색함을 채워주는, 두 눈 말똥말똥 뜨고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는 22명의 아이들이 매일같이 내 곁에서 나를 설레게 한다.

    ‘과연 어떤 아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잠을 설치고 출근했던 3월 2일. 그로부터 두 달이란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아이들 앞에 서서 말하는 것조차 어색했던 첫 만남, 희비가 엇갈렸던 반장 선거, 아이들보다 내가 더 신이 나서 불렀던 영어 동화 암송, 서로 선생님 손을 붙잡겠다며 귀여운 승강이를 벌이던 아이들과 함께했던 즐거운 소풍. 두 달 동안의 추억이 하나하나 생생히 떠오르며 입가에 웃음이 머문다.

    처음에는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인 줄 알았는데, 힘든 일도 당황했던 일도 참 많았다.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떠들어대면 도대체 누구의 말에 먼저 반응을 보여야 할지 벌떼 수십 마리가 머릿속에 들어온 것처럼 정신없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루에도 나를 열두 번씩 들었다 놨다 하는 우리 반 아이들. 그래도 해맑은 웃음 하나로 화가 난 나의 마음을 녹여버린다. 노래 부르는 시간에 노래를 부르다 흥이 나서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찌나 귀엽던지. 진정 즐기며 수업활동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교사가 아니면 느끼지 못하는 뜨거운 감정이 가슴 속에서 뭉클 솟아난다.

    교사생활에서 갖게 되는 인간관계는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는 아이들과의 관계이며, 두 번째는 관리자나 동료교사와의 관계, 마지막으로는 학부모와의 관계가 있다. 아직은 아이들에게도, 동료로서도, 학부모님들에게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더 많이 노력하고 고민하고 다듬어 나아가야겠다.

    내가 예비교사 때 그려왔던 선생님의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있나 반성해본다. 나도 모르게 한 행동이나 말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진 않았는지, 일에 치여 아이들에게 소홀한 적은 없었는지…. 지금은 여러 가지 고민이 많은 미완성 햇병아리 교사이지만, 언젠가는 아이들에게 마음으로 다가가 감동을 줄 수 있는 멋진 교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