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특집] 미래형 교통수단 전기차 생산현장을 가다
하남=조찬호 기자 chjoh@chosun.com
기사입력 2010.05.02 00:03

"전기차 작동원리 직접 보니 신기해요"
유지비 적고 집에서도 충전 가능… 달려라! 전기자동차

  • 어린이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10~20년 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에너지원과 교통수단의 세대교체다. 화석연료가 30~40년 후면 모두 고갈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에서는 휘발유와 디젤 대신 전기·수소·태양광 등을 이용한 새로운 교통수단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기자동차는 가장 가까운 미래에 상용화될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어린이날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28일 소년조선일보와 전기자동차 생산업체 레오모터스(경기도 하남시 하산곡동)는 경기 하남 덕풍초등학교(교장 김하룡) 5학년 어린이와 선생님 11명을 초청해 미래의 교통수단인 전기 자동차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전기 자동차의 원리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동차 디자인실과 생산 라인 견학, 전기 자동차 구조의 이해, 시승 등 약 1시간 30분간 진행된 이날 체험에서 어린이들은 연방 감탄사를 쏟아냈다.

  • 덕풍초등 어린이들과 레오모터스 이완수 팀장(오른쪽)이 휘발유 자동차를 전기차로 개조한 차량 앞에서 “한국 전기차!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하남=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덕풍초등 어린이들과 레오모터스 이완수 팀장(오른쪽)이 휘발유 자동차를 전기차로 개조한 차량 앞에서 “한국 전기차!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하남=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2005년 설립된 레오모터스는 미국 AC프로펄션, 일본 미쓰비시에 이어 지난 2009년 4월 세계에서 세 번째로 고속 주행이 가능한 파워트레인을 개발한 회사다. 파워트레인은 전기 자동차의 심장에 해당하는 장치로, 그동안 지적됐던 느린 속력, 경사면에서의 멈춤 등 고질적인 전기 자동차의 문제를 해결한 세계적인 기술이다.

    “전기자동차는 매연 등 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연료비도 화석연료 자동차의 ‘10분의 1’에 불과해요.”

    “우와! 10분의 1요?”

  • 어린이들이 직접 전기차에 시승하고 있다. / 하남=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어린이들이 직접 전기차에 시승하고 있다. / 하남=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전기자동차 생산 현장 견학에 앞서 레오모터스 회의실에서 열린 수업에서 어린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질문을 쏟아냈다. ‘속도가 느리지는 않은지?’ ‘어느 정도 거리를 갈 수 있는지’ ‘중간에 멈추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질문 내용도 다양했다. 김가연 양은 “방송이나 책을 통해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는데,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라 무척 기대돼요”라고 말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파워트레인은 일반 가솔린·디젤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모듈이다. 엔진을 들어낸 자리에는 전기 모터가 장착되고 연료통을 떼어낸 자리에는 리튬-폴리머 배터리가 장착된다. 이 외에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해주는 매니지먼트 시스템, 고성능 컨트롤러, 전자식 브레이크, 파워스티어링 등이 파워트레인에 포함된다.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경차는 최고 시속 150~160㎞, 버스는 110㎞까지 낼 수 있다.

  • 어린이들이 전기자동차의 핵심인 모터와 컨트롤러 등 구조를 살펴보고 있다. / 하남=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어린이들이 전기자동차의 핵심인 모터와 컨트롤러 등 구조를 살펴보고 있다. / 하남=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에이, 그냥 자동차랑 똑같이 생겼네….”

    전기자동차를 처음 본 어린이들은 실망한 듯한 모습이었다. 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동차와 똑같은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레오모터스 이완수 팀장(생산개발팀)이 차량의 앞 덮개를 열자 처음 보는 내부 구조에 금세 호기심이 발동됐다. 팬벨트, 각종 호스, 복잡한 배관 등을 가진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전기차의 내부는 모터와 깔끔하게 정리된 전선 등 단순하면서도 잘 정돈된 모습이었다. 이 팀장은 “전기자동차에는 엔진오일, 팬벨트 등 일반 자동차에 필요한 소모품이 필요 없기 때문에 유지비도 훨씬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정작 어린이들을 놀라게 한 일은 잠시 뒤였다.

    ‘윙’

    이 팀장이 차의 시동을 걸자 어린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앞 덮개를 연 상태에서도 전기차의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전기차의 장점은 시승에서 더욱 돋보였다. 김수인 양은 “시동이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도 모를 정도로 소음이 없어 신기했어요”라고 말했다. 김정남 선생님은 “엔진의 떨림이 전혀 없어 일반차보다 훨씬 부드러운 느낌이고 중형 고급차를 타는 듯했다”고 말했다.

  • 전기차의 충전용 전원 콘센트. 일반차의 연료 주입구에 해당한다. / 하남=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전기차의 충전용 전원 콘센트. 일반차의 연료 주입구에 해당한다. / 하남=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그러나 전기차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 1000만원대의 경차를 전기차로 제작할 경우 2배 수준인 약 2000만원 정도가 든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는 연구용이나 공공기관용으로 주문 생산하고, 일반 생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팀장은 “양산체제로 전환할 경우 현재보다는 가격이 낮아지지만, 개인이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전기차 보급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반 자동차보다 운행 거리가 절반 정도로 짧은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한번 충전에 정속주행으로 약 2시간 200㎞ 정도 주행할 수 있다. 대신 일반 가정용 콘센트에서 충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휴게소 등에서 충전이 가능하다.

    이 팀장은 “선진국을 비롯해 각 나라에서 전기차 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현재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갖춘 만큼 어린이들이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효근 군은 “방송에서 볼 때는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타보니 현실로 다가왔다는 느낌이 들어요”라며 “빨리 많은 사람이 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