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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서 꽃을 피우십시오.” 유재철 교장 선생님이 서울영희초등학교로 부임할 때 어느 선배 교장이 엽서를 보내왔다. ‘그래, 여기에서 꽃피워보자. 학교가 꽃을 피우려면 아이들을 많이 모아야 한다. 아이들을 많이 모으려면 학교를 잘 가꿔놔야 한다.’ 2006년 부임 후 그는 학교 개조에 몸과 마음을 쏟아 부었다. 마침내 꽃이 피었다. 그 꽃 중의 하나가 ‘영희문화관’이다. 착공 3년 만에 완공돼 모레(30일) 개관한다. 여기에서만 영희초교 1년 예산에 해당하는 수익금이 생긴다.
- 영희문화관이 화제입니다.
“영희초교는 강남의 강북이라고 할 만큼 생활환경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뭔가 만들어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온 게 ‘영희문화관’입니다. 문화관 공사 중엔 소음, 먼지 때문에 다들 고생했어요. 운동장도 못 썼어요. 동네 주민들 민원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작년엔 한동안 불면증과 공황에 시달렸죠. 결과적으로 학교도 동네도 함께 좋아졌어요. 이제 고정 수익이 생겼으니까 영희초만의 독특한 교육을 해 봐야죠.”
문화관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숨 쉴 틈 없이 말을 이어갔다. 그만큼 문화관에 담긴 사연이 많으리라. -
- 이름 없던 학교가 강남에서 선망의 대상이 됐습니다.
“부임 후, 낡은 교사(校舍)의 벽돌을 다 바꾸고 방수시설도 했어요. 우수한 교사들도 초빙했습니다. 의욕 있는 선생님들을 한 분씩 불러들였죠. 반대도 많았지만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로도 지정되도록 했습니다. 결국 선생님들도 도움이 되니까 내 뜻을 알아주고 열심히들 하시더군요. 처음 부임해 와서 지하철 대청역 표지판을 보고 속이 상했어요. 인근 학교들 이름이 다 들어가 있는데 우리만 빠져 있었거든요. 역 관계자들을 수차례 만나 설득한 끝에 ‘영희초’이름을 올렸죠. 얼마 안 있으면 깜짝 놀랄 일이 또 하나 생길 겁니다. 대도시 소규모 학교 최초로 통폐합 학교가 생길 겁니다. 우리 학교와 인근 학교가 통합을 하는 거죠. 그만큼 영희초등학교가 힘을 가지게 됐다는 증거라고 봅니다.”
- 교육관이 남다르실 것 같은데….
“교육자들이 다른 분야보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아요. 변화를 두려워하면 아이들의 미래에 도움이 안 됩니다. 항상 새로운 것을 향해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좋은 변화는 당장은 피곤한 일이지만, 어느 시점만 지나면 다들 행복해집니다.”
- NIE(신문 활용 교육)에 대한 생각은? -
“자기주도식 학습으로 NIE보다 좋은 게 없습니다. 일부 선생님들이 반대했지만 신문 보게 했어요. 문화관 운영을 통해 생긴 돈으로 우리 학생 전원에게 무료로 신문을 보게 했습니다. 어린이 신문 내용을 중심으로 골든벨 퀴즈도 진행할 겁니다.”
- 교단생활의 보람은?
“서울로 올라오기 전 지방에서 19년 동안 교사를 했는데, 그때 제자들이 아직도 찾아와요. 나이가 40이 넘었죠. 이게 선생님 하는 맛 아니겠어요. 서울에 와서는 영희문화관 건립이 최고의 보람입니다.”
- 정년퇴임이 1년 10개월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꼭 이루고 싶은 일은?
“이곳에서 퇴임을 맞을 것 같아요. 여건만 된다면 ‘영희장학재단’을 만들어 보려 합니다. 실력은 있는데 돈이 없어 공부를 계속하기 힘든 아이들을 평생 도와주고 싶습니다.”
-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는?
“꿈과 자랑을 키우며 미래를 열자. 그 분야에서 가장 잘나가는 별이 돼라. 그러기 위해서는 ‘큰 꿈, 작은 실천, 창의적인 노력’을 잊지 말라. 꿈은 이루어진다.”
[교장선생님과 교정 산책] 서울 영희초 유재철 교장 선생님
금교돈 편집실장
kdgold@chosun.com
"영희문화관과 함께 희망찬 미래를 엽니다"
착공 3년만에 모레 개관… 운영 수익금으로 특색 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