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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되는데요.” 사진기자는 선생님들과 아이들, 교정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눌러댔다. 시골 학교엔 순수, 순박이 가득했다. ‘한없이 투명한 푸름’의 세상은 그 자체로 작품이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3시간 반, 기찻길 옆 문수초등학교(경북 영주시 문수면 적동리)에 들어서자, 교실 창문 틈으로 바이올린의 선율이 기자를 반긴다. 문수초는 2008년 48명이던 학생 수가 올해 97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사연이 궁금해 지난 16일 먼 길을 내달렸다. 눈빛이 아이들을 닮은 조동진 교장 선생님께 비결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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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시골학교는 학생 수가 줄어서 걱정이 태산인데, 문수초는 급증했습니다.
“작은 학교의 장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지역 교육청 홈페이지, 지역 신문과 방송, 동창회 홈페이지 등 안 실린 매체가 없을 정도예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1대 1 수업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렸죠. 한자·서예·영어·과학교실 등 맞춤식, 단계별 교육을 합니다. 매 학기 초에 학부모들 의견을 듣고, 거기에 맞춰 프로그램을 짜기 때문에 만족도가 아주 큽니다. 컴퓨터, 운동기구, 도서관, 과학실 등 시설도 확 바꿨습니다. 2008년에는 작은 학교 가꾸기 최우수학교로 선정되기도 했죠. 영주 시내로 전학 갔던 아이들이 다시 돌아왔어요. 소문 듣고 우수한 선생님들도 몰려왔습니다.”
조 교장 선생님이 줄거리를 얘기하면, 정덕영 교감 선생님이 세세하게 보충설명을 한다. 학교 홍보에 대한 열성이 보통이 아니다.
- 학교로 들어오다가 바이올린 소리를 들었습니다.
“학생 97명 전원이 방과 후에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습니다. 학교 안에 비치된 바이올린만 60대입니다. 연주 실력이 뛰어나 안동MBC에 출연해 발표도 했어요.”
-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전무하다면서요.
“아동 수가 적으니까 서당식 교육이 가능합니다. 성적이 최고죠. 우리 아이들 중에 학원 다니는 애들은 1~2명밖에 안 돼요. 그만큼 학교 교육이 튼실하다는 증거입니다. 선생님들이 전교생 이름을 다 외우고 있어서 인성교육도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영주에서 문제아로 찍혔던 아이도 이곳으로 온 뒤 완전히 바뀌었어요. 전학 오려는 학생은 많은데 통학 버스 정원이 초과해 더 받을 수가 없어요.” -
- 학교 안에 ‘마을 도서관’이 있더군요.
“도서관을 리모델링하고 영주 시내 공공도서관들과 협약을 맺어 저자·강사를 초빙하고 독서캠프를 갖습니다. 독서 동아리 활동, 독서 인증제도 실시하고 있고요. 장서가 8000~9000권에 이릅니다. 시골학교로는 상당한 수준이지요. 성인 도서도 갖춰 학부형들도 이용할 수 있게 했어요.”
- 강당을 갖는 게 꿈이라고요?
“우리 학교는 발표 활동을 많이 합니다. 영어스피치대회, 국악 발표회 등 공간이 없어 급식실에서 진행하고 있어요.”
- 학교 숙원사업 해결사라고 소문나셨더군요.
“하하, 가는 학교마다 골치 썩히는 문제들이 있었어요. 주차장·도서관·화장실 만들어주고 물새는 지붕 고쳐준 적이 있죠.”
교장 선생님은 별것 아니라고 했지만, 교감 선생님은 아무나 해내지 못하는 일이라고 거들었다.
- 아이들을 위해 꼭 해보고 싶은 일은?
“아이들이 행복한 미래를 맞을 수 있도록 근본을 심어주고 싶어요.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훈화 교육을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것으로 합니다. 안전생활, 독서, 교통안전, 금연, 해 되는 음식과 득 되는 음식 등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서핑을 통해서 자료를 수집하지요.”
- 아이들에게 한 말씀….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라. 감사하면 불만이 사라지고 행복이 가득 찬다.”
[교장선생님과 교정 산책] 영주 문수초등학교 조동진 교장 선생님
영주=금교돈 편집실장
kdgold@chosun.com
"맞춤식 수업 홍보… 전학 갔던 아이들도 돌아왔어요"
수업·방과후 활동 1대1 지도… 전교생에 바이올린 가르쳐
2년새 학생 두 배로 늘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