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급식에 관한 우리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은 무엇보다도 음식의 질이다."
서울시 모 고교 학생의 말이다. 종종 불거지는 급식 안전 문제로 친환경 먹거리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지만 일선의 급식소는 여전히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신학기 식중독 예방을 위해 학교급식소와 식재료 납품업체, 매점 등 전국 2,535개 업체를 점검한 결과 식품위생법령을 위반한 52곳을 적발했다. 적발된 급식소와 업체 가운데 20곳은 유통기한이 경과된 식품을 사용할 목적으로 보관했다. 시설기준을 위반하거나 종사자 건강검진 의무를 지키지 않은 곳이 각각 9곳과 7곳으로 나타났다.
식약청은 적발된 업체를 행정 제재할 것을 관할 기관에 요청했다. 적발된 학교ㆍ업체의 명단은 식약청 홈페이지(www.kfd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급식단가가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중학교에 비해 단가가 비싼 고등학교에서 높게 나타났다. 최저 2500원부터 최고 3500원까지 한끼당 1000원(40%)이나 차이가 났다.
가장 높은 급식단가를 받고 있는 A 고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바로 옆 학교는 급식단가가 2600원인데 우리 학교는 무슨 이유로 3500원을 받는지 모르겠다"며 "실제로 제공되는 급식의 질을 살펴봐도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이렇게 지자체들이 급식 안전과 단가에 비상이 걸린 반면 지자체가 직접 급식에 사용되는 식재료를 담당하고 나선 경우도 있다.
제주도는 전국 처음으로 올해부터 모든 학교에서 친환경농산물 급식이 실시했다.
친환경농산물 급식에 필요한 예산 53억원 가운데 45억원은 제주도가, 8억원은 제주도교육청이 각각 부담했다. 친환경농산물 급식은 지난 2004년 주민발의로 '제주도 친환경 우리농산물 학교급식지원 조례'가 제정되면서 이듬해 전체 학생의 10%인 29개교, 1만1000여명에 대해 시범 실시됐다. 이후 단계적으로 대상을 확대해왔고, 올해 모든 학교에 전면 실시하게 됐다.
제주도교육청은 2010년을 친환경 학교급식의 질을 높이는 원년으로 삼아 지원 단가를 인상하고,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학교별로 연 1회 이상 친환경 먹을거리 교육과 친환경농장 체험학습을 실시했다. -
또한 서울시는 시내 초·중·고교에 친환경 급식재료를 공급하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올해 3월 4일에 열었다.
시는 기존 도매시장 법인, 중도매인, 납품업체 등 4~6단계의 유통단계를 개선해 산지부터 직접 학교로 급식재료를 납품하기로 했다. 시내 각급 학교가 질 좋은 친환경 농산물을 급식재료로 구입하면 우수 농산물과 일반 식재료 구입비용 차액의 80%를 서울시와 자치구가 지원하게 된다.
서울시는 "센터가 산지 직거래 방식으로 농산물을 조달받아 잔류 농약 및 신선도 검사 등을 거친 후 학교에 바로 납품하도록 농산물 유통 구조를 개선했다"며 "작년 3월 25개 학교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이달부터는 센터를 통해 190개 학교에 우수 농산물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경기도 화성시는 2009년 1월부터 시에서 인증한 쌀을 모든 초·중·고교에 지원했다. 또 올해 1월부터는 도내 최초로 보육시설까지 대상을 확대하여 총 14억 원의 예산을 들여 1538t을 지원한다.
시는 관내 어린이집 590개소의 1만6000여명 아이들에게 1억5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햇살드리 쌀' 252t을 직접 공급한다. 보육원생 자녀를 둔 오수정(34·여)씨는 "아이가 아토피도 있고, 어릴 때 식습관을 위해서 좋은 먹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린이집 급식은 더 신경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유명 어린이집에서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먹이고 불안해서 식중독 약까지 먹였다는 얘기를 듣고 걱정했는데, 시에서 직접 공급한다고 하니 어느 정도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화성시 햇살어린이집 문정애 원장은 "햇살드리쌀은 중간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도정해서 바로 공급받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신선하고 영양가 높은 쌀을 제공할 수 있어서 아이와 부모님 모두 만족한다"고 말했다. 마그네슘, 칼리, 규산 성분이 많은 햇살드리 쌀은 화성시에서 생산되는 총 7만1000t의 쌀 중 철저한 품질기준을 통과한 우수한 품질의 1만4993t만이 '햇살드리' 인증을 받는다.
화성시 여성가족과 이영구 과장은 "전국 쌀 대축전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할 정도로 질 좋은 햇살드리 쌀을 학교와 유치원에 지원한 결과 반응이 좋고, 농업인들의 쌀 판로 확보에도 도움이 돼 올해부터는 보육시설까지 지원키로 했다"며 "앞으로 주식인 쌀뿐만 아니라 부식과 식재료까지 지원하여 바른 먹거리로 시민 모두가 안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햇살드리 쌀은 일반인도 구매 가능하며, 화성팜(www.hsfarm.net)에서 구매할 수 있다. -
▲ 친환경급식사례 중 화성시 취재영상
"유명 어린이집까지 유통기한 지난 음식 먹이고…"
조선닷컴 미디어취재팀
media@chosun.com
위생불량 학교급식소 등 무더기 적발…유통기한 경과한 식품 보관·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