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분 수업, 지루할 틈 없어요"
김시원 기자 blindletter@chosun.com
기사입력 2010.04.15 09:50

경기 조현초, 학생 중심 '창의적 수업' 화제
쉬는 시간 30분, 맘껏 뛰놀고 복습하기 좋아

  • 규모가 작은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일반 초등학교 수업 시간의 2배나 되는 ‘80분 수업’이 도입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경기도 양평 조현초등학교(교장 이중현).

    14일 오전 조현초 6학년 1반 교실에서 조금은 특별한 사회 수업이 열렸다.

    “여러분, 지난 시간에 ‘조선의 사회’에 대해 함께 공부했죠? 오늘은 지난 시간에 배운 것 중 인상 깊었던 내용을 골라 ‘만화’로 표현해보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 ‘80분 수업’이 이뤄지는 조현초등학교 수업 시간. 태블릿 PC를 이용해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 주제를 정해 공부하고 있다. / 조현초등 제공
    ▲ ‘80분 수업’이 이뤄지는 조현초등학교 수업 시간. 태블릿 PC를 이용해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 주제를 정해 공부하고 있다. / 조현초등 제공
    어린이들은 배운 내용을 스스로 복습하며 각자 다양하고 재미있는 내용을 담은 4~8컷짜리 만화를 완성해갔다. 한 어린이는 조선시대 형벌 방법 중에서 곤장 치는 장면을 그렸고, 다른 어린이는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의 모습을 담아내기도 했다.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80분이라는 시간은 어린이들의 적극적인 활동과 참여로 지루할 틈 없이 채워졌다.

    조현초 연구부장 최현식 선생님은 “40분 수업에서 시간 제약으로 깊이 있는 수업이 이뤄지기 어렵고 교사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경향이 있었다면, 80분 수업의 경우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형태로 수업이 이뤄져 더 활기차고 창의적인 수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80분 수업이 끝나면 주어지는 30분간의 긴 휴식시간도 어린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자기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야외 활동을 하고 싶은 아이들은 운동장으로 나가 마음껏 뛰어논다. 도서관에 가서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도 있고, 고학년의 경우 교실에서 예·복습을 하기도 한다.

    ‘80분 수업’이 입소문을 타면서 조현초의 학생 수는 눈에 띄게 늘었다. 2008년 80분 수업을 도입할 당시 전교생이 60명이었으나, 이후 전학생이 늘면서 현재 학생 수가 170여 명에 이른다. 올 초 이 학교로 전학 온 최찬희 양(6년)은 “처음에는 40분이 지났는데도 수업이 끝나지 않아 놀랐는데 금방 적응했다”며 “수업시간에 재미있는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집중이 잘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80분 수업이 진행되는 학교로는 경기 성남 보평초등학교, 광주 남한산초등학교, 양평 세월초등학교, 전북 완주 삼우초등학교와 충남 아산 거산초등학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