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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구가 부자네 집에 온 지도 20여 년이 지나 늙은 개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기운이 떨어져 사냥도 다니지 않았습니다. 마루 밑에 들어가 온종일 엎드려 있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백구가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백구야, 어디 있니?”
부자는 머슴들을 풀어 백구를 찾아오게 했습니다. 하지만 머슴들이 온 마을을 이 잡듯이 뒤져도 백구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부자는 백구를 찾아 쌍룡산으로 갔습니다. -
“백구야, 백구야!”
부자는 산이 떠나가라 부르짖으며 산속을 샅샅이 헤매 다녔습니다. 그렇지만 어디에도 백구는 없었습니다. 부자는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무정한 녀석! 주인에게 인사 한마디 없이 사라져? 그래도 어디 가서 밥은 굶지 말아야 할 텐데.”
부자는 백구를 못 찾고 산길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쌍룡산 남쪽으로 눈길을 돌린 부자는 그 자리에 멈칫 서고 말았습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백구가 주인을 바라보며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백구야, 내가 너를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아니? 어서 이리 오너라.”
부자는 백구를 향해 팔을 벌렸습니다. 그렇지만 백구는 부자를 빤히 보기만 할 뿐, 가까이 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네? 보통 때 같으면 꼬리를 치며 달려오는데.”
부자는 백구에게 다가갔습니다.
“아니, 이게 어찌 된 거야? 백구가 바위로 변해 있네!”
부자는 너무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부자는 바위를 어루만지며 말했습니다.
“백구야, 네가 나이를 먹더니 신통력이 생겼구나. 늙어 죽는 것보다 바위가 되어 영원히 사는 것을 택했어.”
그런데 쌍룡산에 개바위가 생기고부터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마을에 도둑이 사라지고, 마을 사람들끼리 싸우는 일이 없어진 것입니다. 부자는 마을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이게 다 백구 덕 아닌가. 백구가 개바위가 되어 우리 마을을 지켜주기 때문이지.”
“맞아요. 개바위 덕에 우리 마을이 평화로운 마을이 되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개바위를 고맙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마을 이름을 ‘개바위’라 짓고, 그때부터 해마다 음력 7월 1일에 개바위를 위해 제사를 지내 주었다고 합니다.
치마바위ㆍ뱀바위…많고 많은 '바위 전설' -
우리나라의 민요 중 ‘바위타령’이라는 재미있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에서는 ‘새문안 거지바위, 문턱바위, 둥글바위, 너럭바위, 치마바위, 감투바위, 뱀바위’ 식으로 70여 개의 바위 이름을 늘어놓는데, 주로 서울 근교 및 경기도 일대에 있는 바위들이다.
우리나라에는 바위가 엄청나게 많다. 바위들은 이름뿐만 아니라 전설도 하나씩 간직하고 있다. 바위 전설 중에 가장 흔한 건, 본래 바위가 아니던 것이 어떤 계기로 바위로 변한다는 이야기다. 개 같은 짐승이나 사람, 사물이 바위가 되는 이야기 등이 그렇다. 그다음으로 많은 것이 바위의 생김새에서 비롯된 이야기다.
서로 사랑하던 사람이 죽은 후 폭포 아래에 나란히 생긴 바위인 쌍설매바위, 혼례를 올리지 못하고 죽은 신랑 신부가 사모와 족두리 모양의 바위로 변한 사모바위와 족두리바위 이야기 등이 그렇다. 이 밖에도 바위가 먼 거리를 이동한다는 울산바위 이야기, 바위 밑에 사는 장사가 왜군 첩자들을 물리치는 창바위 이야기도 있다.
[신현배 작가의 서울 이야기] 염리동 쌍룡산의 개바위 전설(하)
"백구가 바위가 돼 마을을 지켜주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