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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길태 사건 등 힘없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범죄로부터 어린이들을 사수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관심을 끌고 있다. 그중 하나가 어린이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법을 가르쳐 주는 호신술 학원.
“이~얍!”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있는 한 합기도 체육관에 힘찬 기합소리가 울려 퍼졌다. 초등학생들의 호신술 훈련 시간.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1학년 어린이가 자기 덩치의 두 배나 되는 6학년 형의 팔을 비틀어 순식간에 매트 위에 넘어뜨렸다.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짝을 지어 상대의 손 공격이나 발 공격에 대비한 다양한 기술을 연마하는 중이었다.
홍철의 관장(천룡합기도체육관)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안전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흉악범죄나 아동 성범죄, 혹은 학교폭력으로부터 자녀를 지킬 수 있는 호신술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체육관 수업도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호신술 수업을 누구보다 즐거워하는 건 바로 어린이들. 권소윤 양(배봉초 3년)은 “체육관에 다니면서 체력도 좋아지고 여러 가지 위험에 대한 대처법도 배워 마음이 든든하다”며 “나쁜 아저씨를 만났을 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호 군(전곡초 2년)은 “아직 어른을 상대로 하기엔 힘이 부족하지만, 꾸준히 운동해 언젠가는 나쁜 아저씨를 물리치고 혼내주겠다”고 말했다.
홍 관장은 그러나 “지금 어린이들이 배우는 호신술은 힘의 차이가 크지 않은 또래나 상급자의 경우에 통할 수 있다”며 “실제로 유괴범에게 잡혔을 때는 급소인 낭심을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세게 때린 뒤 곧바로 도망가서 주변 가게 등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 유괴 예방 수칙을 잘 알아두어 유괴범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방어’보다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해바라기아동센터 우경희 부소장은 “호신술을 배워두는 게 유리하지만, 아이들이 힘이 약하고 위험 상황에서 당황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가장 좋다”며 “외출할 땐 부모에게 알리고 나가고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을 알리지 말고 집에 혼자 있을 땐 가족이 아니면 문을 열어주지 말고 골목길보다는 넓은 길로 다녀야 한다”고 조언했다.
낯선 어른이 접근하면 이렇게··· 얍~
김시원 기자
blindletter@chosun.com
'내 몸은 내가 지킨다' 호신술 배우는 어린이 늘어
"유괴범 접근할 땐 방어보다는 도망가는 게 상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