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배려에 학부모 고민 '뚝'
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
기사입력 2010.03.30 09:48

우산 없이 등교해도 OK!… 학사 일정은 달력으로… 밤에도 교육 상담…

  • 학사일정과 각 가정 일정이 적힌 명지초등 달력. / 명지초등 제공
    ▲ 학사일정과 각 가정 일정이 적힌 명지초등 달력. / 명지초등 제공
    갑자기 비가 내릴 때, 학부모 상담을 한다며 학교에서 연락이 올 때, 맞벌이 가정의 부모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우산 없이 등교했는데’, ‘근무 중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데’ 등의 걱정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마음대로 학교로 달려올 수 없는 맞벌이 부모들을 위해 학교가 변신하고 있다. 학부모가 믿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오후 들어 눈과 비가 번갈아 쏟아진 지난 22일. 거리엔 갑작스러운 눈을 피하느라 허둥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서울 용답초등학교(교장 이경학) 교문을 나서는 어린이들은 여느 때와 똑같이 여유로웠다. 눈을 맞으며 뛰어가는 아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이 학교는 지난해 12월, 150개의 우산을 준비했다. 우산을 준비해오지 못한 학생들에게 빌려주기 위해서다. 조명옥 선생님은 “전교생의 3분의 2가 맞벌이 가정 어린이다 보니, 갑자기 비가 오면 우산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어린이들이 많았다”면서 “맞벌이 부모님들도 발을 동동 구르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우산을 빌려간 어린이는 모두 128명. 이튿날 학교에는 학부모들의 감사 전화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대여됐던 우산도 100% 되돌아왔다.

  • 용답초등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빌린 우산을 쓰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 용답초등 제공
    ▲ 용답초등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빌린 우산을 쓰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 용답초등 제공
    29일부터 4월 3일까지 ‘학부모 자녀 교육 상담주간’을 운영하는 서울 신용산초등학교(교장 김종덕)는 상담 시간을 오후 10시까지 늘려 잡았다. 낮 시간을 내기 어려운 맞벌이 부모들을 위해서다. 차숙경 교감 선생님은 “원하는 상담 시간을 미리 받아 모든 학부모가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밤 시간 예약이 많을 만큼 맞벌이 가정의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충북 제천 명지초등학교(교장 채홍우)는 이달 초 학사 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학교 달력을 만들어 학부모들에게 배포했다. 바쁜 일정에 쫓기는 맞벌이 부모들이 홈페이지나 가정통신문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하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석태호 교감 선생님은 “아이들 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인사를 많이 받는다”며 “학교 달력은 학부모와 소통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