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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 폭이 100m로 확장됩니다. 동상 규모를 더 크게 하세요.”
1960년대 후반, 정부 ‘고위층’ 의 이 한마디는 서울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상(像) 높이를 원래 계획보다 1.5m 더 높여놓았다. 처음 계획한 5m 높이의 동상이 주변과의 조화가 강조되면서 6.5m 높이로 긴급 수정된 것이다. 청동 주물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찰흙으로 동상 전체 모습을 만드는데, 임무를 맡은 조각가 김세중 씨는 투명 플라스틱으로 막아놓은 천장을 뚫고 투구 등의 얼굴 부분을 완성했다.
광화문광장의 대표 상징물 중 하나인 이순신 장군상에 얽힌 여러 가지 비화가 29일 공개됐다. 장군상 보수를 계획 중인 서울시는 1966~1968년 장군상 건립에 참여했다가 보수를 위해 40여년 만에 다시 모인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밝혀냈다.
주조 작업 역시 고난의 연속이었다. 어려운 경제 탓에 구리 공급이 어려워 국방부에서 가져온 탄피를 사용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결국 해체된 선박의 엔진, 놋그릇, 놋숟가락 등과 같은 고철이 사용됐다. 이마저 재료가 구해지는 대로 작업하다 보니 동상 재질과 두께가 고르지 못했다. 당시 주조기술자로 일했던 김주남 씨(65세)는 “색상 또한 균일하지 않아 청동 고유의 색을 내지 못해 짙은 청록색 페인트와 동분을 섞어 표면을 칠했다”고 말했다.
여섯 조각으로 나뉘어 주조된 동상 몸체 결합 과정에서는 기술력 부족으로 인해 내부 중 일부밖에 용접을 하지 못했다. 최근 동상이 ‘내시경 검사’ 를 받은 것도 이로 인해 생긴 내부의 많은 균열 때문이었다.
이렇게 완성된 8t 규모의 동상이 들어 올려질 땐 안전사고를 우려, 세종로의 모든 전차가 운행을 멈췄다. 당시로는 동양 최대 규모였던 이 동상은 1968년 4월 27일 이 같은‘산고(産苦)’ 끝에 제막됐다. -
'이순신 장군상' 키 1.5m 커진 사연은?
우승봉 기자
sbwoo@chosun.com
40년 전 제작 비화 공개… 세종로 폭 확장에 맞춰 6.5m로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