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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국제도시 개발 회사가 미국 비영리학교 법인 채드윅(Chadwick)에 통상적 지원비의 10배가 넘는 1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계약해, 학교를 서둘러 개교하기 위한 무리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 이면에는 인천시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압력을 행사, 국제학교 개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25일 "송도국제학교를 건설한 NSIC(송도국제도시 개발을 위해 미국 부동산회사 게일과 한국 포스코건설이 합작한 유한회사)가 채드윅과 최종 계약 과정에서 5년간 운영비로 4000만달러(450억원)와, 이와 별도로 채드윅이 요구한 운동장과 기숙사(500여명 수용) 공사 금액 5000만달러(570억원)를 지원하기로 계약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양측은 5년마다 계약을 다시 해 25년간 장기 임대하는 방식으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
송도국제학교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교과부에서 승인을 받으면 NSIC가 '보너스'로 150만달러(17억원)를 더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작년 송도국제학교 운영 자격 '불충족' 통보를 받은 밴쿠버 국제학교재단(VIPSS)은 당초 4년간 학교운영비 등으로 800만달러(90억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드윅은 그 10배 이상의 돈을 지원해달라는 것이다. 채드윅은 현재 교과부로부터 학교 운영자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지원액이 너무 크고 예산 마련이 쉽지 않아 문제가 있는 계약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NSIC 관계자는 "신한은행을 포함한 대주단(대출 금융회사 모임) 동의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동의절차가 늦어져) 내부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주단 동의가 담긴 임대차 계약서가 오지 않아 '5월 말까지 계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승인을 반려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며 "현재 심사를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NSIC는 다음주 대주단 관계자들에게 송도국제학교를 직접 구경시켜주는 방법으로 계약서 동의를 받아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NSIC가 개교를 서두르는 데는 6·2 지방선거를 의식해 그 이전에 개교해야 한다는 안상수 인천시장의 정치적 압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교과부가 미국 채드윅 현장실사를 하기 전인 지난 2월 초쯤 안 시장이 채드윅을 방문해 '잘 부탁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안 시장은 송도국제학교 개교 결정권을 가진 관계자들에게 "개교를 서둘러라"고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안 시장은 "2008년 9월에 개교하기로 국민과 약속했기에 빨리 개교하라고 주문하는 것뿐이지, 선거철이 무슨 소리냐"며 "압력이라든지 그런 것 없다"고 말했다. 계약 금액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다"고 하다가 "1000억원 아니냐"고 물으니 "그게 뭐 일단 학생들이 빨리 채워지면 그만 아니냐"고 말했다..
채드윅측은 NSIC와 인천시의 이 같은 다급한 상황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도국제학교의 한 소식통은 "채드윅이 국내 유명 로펌 변호사 4~5명을 동원해 그 수임료만 100만달러(11억원)가 넘는다"며 "현재 NSIC 내부에서는 '외화 유출 아니냐' '우선 개교라도 하자'는 등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고 했다.
송도국제학교는 교과부 승인을 받는 대로 유치원 예비학교 과정부터 열겠다는 입장이다. 취학 이전 만 5~6세 30명을 모집한 뒤, 오는 9월쯤엔 초등학교 1~5학년 200여명을 모집할 계획이다. 학교 전체 정원은 2100여명이다.
'송도국제학교 1천억 지원'… 지방선거용 논란
인천=이신영 기자
foryo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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