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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준비를 위해 서울 마장초등학교 홈페이지를 보다 살짝 놀랐다. 이렇게 젊은 교장선생님은 처음이다. 실제로도 그는 젊다. 다섯 살짜리 학교에 잘 어울린다. 그만큼 자신감이 넘치고 힘차다. 겸손을 잃지 않으면서. 학교 소개를 부탁하자 답변이 콸콸 쏟아졌다. 질문지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 지난 18일 교장실·도서관·운동장에서 오명환 교장선생님과 마주했다.
-자나깨나 책을 외치신다면서요.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키우는 데 책만 한 게 없지요. 우리 학교는 아침독서뿐 아니라 잠자기 전 10분간 책읽기도 실시하고 있어요. 입학식 때 신입생들에게 책을 선물(북스타트 운동)해 독서하는 습관을 길러주고 있습니다. 도서관은 연중무휴로 개방하고요. 방학 중에도 선생님들이 교대로 출근해 아이들 독서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책 많이 읽는 선생님들과 아이들에게는 책을 선물하고 시상도 해요.” -
-최근에 읽으신 책은?
“공병호씨가 쓴 ‘내공’이 기억에 남네요. 아이들한테 이 책의 내용을 들려주곤 합니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건 없다, 한 분야의 달인이 되려면 최소 10년 이상의 내공을 쌓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아이들·교직원·학부모들과 자주 만나신다고요.
“6학년 아이들과 진로와 관련한 대화를 나눕니다. 부적응·우수 학생들은 교장실로 따로 불러 피자 미팅 시간을 가져요. 방학 중에는 도서실 이용 학생들과 초콜릿 대화 시간을 마련하고요. 선생님들과는 원로교사·남교사 등 직능별로 수시로 대화를 합니다. 행정실·사무보조원들과도 연간 2차례 만남을 갖지요. 학교 옥상에 야외교재원이 있는데, 6~7월이 되면 여기에서 자란 상추·쑥갓·고추로 학부모들과 삼겹살 파티도 엽니다.”
그는 기자에게 삼겹살 파티 때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올여름 어느 날 학교 옥상에서 벌어질 마장 가족들과의 즐거운 만남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학교가 개교한 지 5년, 부임하신 지 1년 남짓밖에 안 됐는데 많은 성과를 내셨습니다.
“작년에 학교평가 우수학교, 환경교육 우수학교, 청렴풍토조성 우수학교 표창을 받았습니다. 학교장 경영능력 평가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둬 개인적으로도 뜻깊은 한 해였습니다.”
-나눔 행사에도 적극적이라고 들었습니다.
“학기마다 인근 어르신들을 초대해 경로잔치를 엽니다. 작년 1학기에는 굿네이버스 동전 모으기 행사에 500여만 원을 기부했고, 2학기에는 유니세프 행사에 참여해 350여만 원을 기부했어요. 교통사고를 당한 학생을 위해 700여만 원을 모금해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나눔의 정신이야말로 요즘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 때 중시해야 할 공부는?
“글로벌시대라고 해서 영어만 강조해선 안 됩니다. 우리말 사용 능력을 기른 뒤 외국어를 해야 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겁니다. 국어 기본 활용 능력을 꼭 키우세요.”
-존경하는 인물은?
“도산 안창호 선생입니다. 어려웠던 시기에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이타적인 면에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어요. 요즘 아이들은 선각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합니다. 연예인들이 최고의 우상이 되고 있는 풍토가 안타까워요.”
-아이들에게 한 말씀.
“지식은 충분합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기르길 바랍니다. 앎만 있고 배려가 없으면 사회에 나가 그릇된 역할만 하게 돼요.”
[교장선생님과 교정 산책] 서울 마장초등학교 오명환 교장선생님
금교돈 편집실장
kdgold@chosun.com
"독서습관 통해 아이들의 몸과 마음 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