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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더 이상 땅 위에 머물지 않고, 하늘과 물 위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자동차로 물 위를 달려 봤으면!’ 하는 꿈은 차에 매혹된 사람들이 갖는 꿈 중 하나다. 이는 꿈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를 실제로 물 위에서 달리게 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 위를 달리는 베네치아의 ‘카돌라’
1992년 아름다운 물의 도시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목공 기술자 리비오 디 마르치는 엔진만 빼놓고 모두 나무로 만든 자동차로 베네치아 운하를 ‘달렸다’. 영국산 자동차인 1930년형 재규어를 본떠 만든 이 자동차의 제작에는 5개월이 걸렸다. 물 위를 달릴 수 있게 만든 이 나무 ‘재규어’는 20마력짜리 일본 야마하 오토바이용 소형 엔진을 얹어 무게가 무려 1500㎏에 이른다. -
마르치는 멋을 내기 위해 차체의 각 부분을 여러 가지 나무로 만들었다. 뼈대인 섀시는 소나무, 실내장식은 벚나무, 바퀴는 호두나무, 사이드 뷰 미러(백미러)는 단풍나무를 사용했다. 마르치는 화가 살바도르 달리를 닮은 얼굴과 콧수염, 그리고 달리의 모자 등으로 ‘베네치아의 달리’라 불리는 괴짜로 유명한 데다가 이 나무 ‘카돌라’ 때문에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차체는 물론 바퀴까지도 나무로 만들어 물에 뜨거나 방수에는 문제가 전혀 없지만, 땅에서는 달릴 수 없다는 단점을 가진 점이 아쉽다. 실제로는 자동차보다 배에 가까운 셈이다.
▶바다와 땅을 달리는 자동차 ‘시 버그’
독일 아돌프 히틀러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물방개 모양의 독일 국민차 폴크스바겐 비틀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차 중 하나다. 이 차는 물 냉각장치가 필요 없는 공기 냉각식 엔진이 뒤에 달려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엔진이 얼어 시동이 안 걸릴 염려가 없다. 이는 수륙양용차를 만들기에도 아주 적합한 조건이다. 차 안으로 물이 들어오지 않게 하는 방수성이 좋은 데다가, 후방 엔진에 뒷바퀴 굴림식이라 배가 물을 가르며 나가기 위한 스크루(추진 프로펠러)를 달기도 쉽다. 스크루를 엔진에 바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런 폴크스바겐 비틀의 장점을 이용하여 실제로 바다·강·육지를 달릴 수 있는 수륙양용차가 1990년대 초에 등장해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의 눈길을 끌었다.
호주의 발명가 폴 그리니는 오랫동안 타 온 1964년형 폴크스바겐 비틀을 완벽하게 수륙양용차로 개조해 호주 남부 빅토리아주의 웰시플 항구 앞 바스 해협을 건너 태즈메이니아 섬까지 항해하는 데 성공했다. ‘시 버그’(Sea-bug)라는 이름을 가진 이 차는 제작기간 5년에 10만 달러를 들여 완성한 작품으로, 원래의 1300cc 엔진 대신 2000cc 엔진을 얹어 바다에서 최고 시속 6.5노트(약 시속 12㎞), 육지에서는 100㎞까지 달린다.
이 시 버그는 이후 영국 템스 강 거슬러 오르기, 도버 해협 횡단, 독일의 라인 강 도하에 성공하고 폴크스바겐 비틀의 고향인 독일 볼프스부르크까지 달리는 데 성공했다.
/ 전영선(한국 자동차문화연구소장)
[고고싱!자동차 여행] 배 가는 곳, 車라고 못 갈까!
베네치아를 누빈'카돌라'·바다를 달린 '비틀'
●수륙양용 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