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우리 생물] 연재에 앞서… 김종천 국립생물자원관장 인터뷰
인천 종합환경연구단지=황윤억 기자 gold@chosun.com
기사입력 2010.03.05 10:21

해열제는 '버드나무', 항독제는 '뱀 독'으로 만들어
"생물자원 없이는 단 하루도 못 살아요"
생물산업 가치 연간 345조 넘어 석유보다 더 유망한 미래산업
영국은 종자 확보에 총력 쏟아

  • 유엔이 정한 ‘2010 국제 생물다양성의 해’(International Year of Biodiversity·IYB)를 맞아 소년조선일보와 국립생물자원관은 ‘우리 땅 우리 생물’이라는 주제로 특별기획을 마련한다. 이 기획은 매주 금요일 지면에 실린다. 김종천 관장을 만나 이번 기획의 배경과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철커덩!”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2층 연구실의 대형 철문이 열리자, 빽빽하게 줄지어 선 수장고가 기자를 압도했다. 한 개 규모는 가로·세로 1m, 높이 2m 정도. 수장고는 1·2·3층에 걸쳐 수천 개가 있다. 동·식물은 표본으로, 유전자원은 냉동 보관하고 있다. 1100만 점 이상의 생물표본을 전자동 항온·항습 장치로 보관하고 있는 동양 최대 규모의 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 유일의 자생생물 확보·소장·연구 기관이다. 김종천 관장은 “종자자원 수장고 등 분류군별로 구성된 19곳의 수장고를 본 순간, 울컥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생물자원이 석유자원보다 더 가치 있는 미래 산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엔이 정한 ‘2010 국제 생물다양성의 해’(International Year of Biodiversity·IYB)를 맞아 소년조선일보와 국립생물자원관은 ‘우리 땅 우리 생물’이라는 주제로 특별기획을 마련한다. 이 기획은 매주 금요일 지면에 실린다. 김 관장을 만나 이번 기획의 배경과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 김종천 국립생물자원관장은 “한반도 생물종은 10만 종이지만, 현재 30%(3만 종) 정도 밝혀졌고, 나머지 70%는 이름조차 없는 미기록종”이라며 말했다. 매년 1000여 종의 신종을 밝혀내고 있지만, 생물주권을 위해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인천=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김종천 국립생물자원관장은 “한반도 생물종은 10만 종이지만, 현재 30%(3만 종) 정도 밝혀졌고, 나머지 70%는 이름조차 없는 미기록종”이라며 말했다. 매년 1000여 종의 신종을 밝혀내고 있지만, 생물주권을 위해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인천=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생물 다양성’(Biodiversity)이란 무엇인가요?

    “좁게 보면 지구 상에 살아가는 생물의 종류이지요. 동물계와 식물계, 균, 바이러스 등 여러 종류의 생물체입니다. 넓게 보면 여러 생명체가 상호작용하는 생명 현상을 총칭하는 용어입니다. 지구 상에는 1300만 종의 생물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 175만 종만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한반도엔 10만 종 중 현재 3만 종이 밝혀졌습니다.”


    - 생물종을 왜 국가 자원으로 보호합니까?

    “의약품과 산업 생산물의 자원이 되기 때문이지요. 가령, 어떤 유전자가 특정 질병에 약하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경우 사람이 모두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전 세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 질병에 쉽게 걸리게 됩니다. 심하면 멸종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인간과 생물들은 제각기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병에 걸리기도 하고 아닌 경우도 발생합니다. 다양한 유전자는 생물들의 생존에 유리하게 해 주지요. 질병에 유리한 유전자가 어떻게 질병에 대응하는지 알아낸다면, 그 병을 막을 수 있는 의약품을 개발해 낼 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이같이 생물 유전자원의 중요성을 깨닫고, 유전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의 생물자원을 조사·관리·보호하고 있지요.” 


    - 생물자원의 산업적인 가치는...

    “생물자원을 이용해 의약품과 화장품 등을 만들어 내는 생물산업은 세계적으로 약 345조 원(3000억 달러, 2005년 기준)을 넘어서고 있어요. 1980년대 초 미국은 브라질산 뱀에서 추출한 독을 활용한 항독제로 연간 2조 원(20억 달러), 주목에서 항암제 택솔(taxol)을 뽑아내 연간 약 1조2000억 원(12억 달러)의 돈을 벌고 있습니다. 머리에 열이 날 때 사용하는 해열진통제인 아스피린도 버드나무로부터 추출한 물질입니다. 피부 주름제거에 이용되는 화장품 원료인 콜라겐은 닭과 해양생물 등에서, 성형수술에 사용되는 히알루론산은 사탕무에서 추출합니다. 생물의 산업적인 활용가치는 무궁무진하지요.”


    -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면 어떤 현상이 올까요?

    “인간은 생물로부터 얻는 식량·가구·종이·의복·의약품·화장품 등 많은 물질을 새롭게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야 하겠지요.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의식주와 경제가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 영국 왕실은 왜 직접 ‘식물종자은행’을 운영합니까?

    “종자는 멸종위기 또는 감소 중인 식물을 영속 보전하는 데 유용한 자원입니다.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자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종자를 확보하고 관리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영국 큐왕립식물원은 2000년 ‘Millennium Seed Bank’ 사업을 시작해 2010년 현재 전 세계 속씨식물(꽃을 피우는 피자식물)의 10%인 2만7600여 종을 확보했고, 2020년까지 전 세계 속씨식물의 25%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09년부터 법적 보호와 고유성 및 유용가치를 고려하여 종자를 수집하여 관리하고 있다.


    - ‘솔개 이동 인공위성추적’을 세계 최초로 시도했지요.

    “새들은 국경을 옮겨 다니므로 이동 경로를 밝히는 일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일입니다. 예전부터 새의 이동 경로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많은 연구가 시도됐지만, 장거리 이동 새들의 경로를 밝히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최근 인공위성추적 등 새로운 첨단연구기법의 개발로 새들의 정확한 이동경로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새에게 전파 발신기를 부착하여 그 정보를 인공위성을 통해 수신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컴퓨터를 통해 새의 이동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우선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에 놓인 새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주까지 솔개 2개체, 말똥가리 2개체의 인공위성 추적용 발신기 부착에 성공했습니다. 국민적 관심이 높고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연구과제이므로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 ‘생물다양성의 해’를 맞아 어떤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까?

    “자생생물의 조사·연구와 전시·교육을 통해 국민에게 생물다양성과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국내 유일의 자생생물 전문전시관에서 다양한 생물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어린이와 청소년, 가족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기후변화 100대 생물 지표’ 선정과 ‘유전자은행’을 설립할 예정입니다. 생물다양성의 날인 5월 22일에는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각종 회의를 개최합니다.”


    -‘기후 변화 100대 생물 지표’는 어떻게 선정합니까?

    “기후 변화로 생물종의 분포권 및 종 다양성에 변화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 60년간의 기후 변화가 우리나라 난대성 상록활엽수 48종의 식물 분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연구한 결과, 전북 어청도에 서식하던 보리밥나무가 인천시 백령도까지 약 74Km 북상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상록활엽수의 분포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지요. 상록활엽수 북방한계선 설정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올해는 국가 차원의 ‘기후 변화 100대 생물지표’를 선정합니다. 생물다양성의 예측 및 국가 통합관리방안을 마련하는 데 이용될 것입니다. 털진드기류와 주홍날개꽃매미 등 해충 종의 북상에 따른 원예·과수업의 피해 등을 사전에 예측하여 대처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입니다.”


    - 초등학생이 참여하는 행사는 어떤 게 있을까요.

    “어린이날(5월 5일)과 개관기념일(10월 10일)을 전후해 ‘곤충표본 만들기 대회’를 마련합니다. ‘자생 동·식물 세밀화 공모전’, ‘어린이 생물 그림 그리기 공모전’, ‘내가 만든 식물도감’ 등 다양한 행사를 엽니다. 또 ‘내 이름은 꽝꽝나무야’, ‘아름다운 우리 물고기를 찾아서’ 등 가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매월 운영하고 있습니다. ‘생물다양성은 우리의 생명’(Biodiversity is Life, Biodiversity is Our Life)이라는 표어가 어린이들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간직될 수 있게 할 행사들입니다. “


    <나고야 국제회의-생물자원 권리 다툼>

    올해 10월 ‘생물다양성협약’ 가입국인 191개국이 일본 나고야(名古屋)에 모여, 생물 멸종을 막으려는 국제적인 총회를 뜻한다. 국가 간 유전자원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공평한 배분을 정하는 것이 핵심 의제다. 생물종의 소유국과 이용국의 갈등을 합리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국제협약이 맺어질지 주목된다. 협약이 체결돼 구속력을 갖게 되면, 345조 원의 국제생물시장이 들썩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