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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문을 연 키즈카페가 그 사이 몇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엄마와 아이의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서 영어교육과 현장실습까지 가능해졌다. 유기농 음식과 친환경 인테리어는 기본. 보모가 상주하고 영어 원어민 교사와 영어교육자격증(TESOL)이 있는 교사를 둔 '미니 유치원급' 카페도 있다. 물놀이 보트와 회전목마가 운영되는 카페는 실내 놀이공원으로 부를 만하다. 매장도 강남·분당·목동 등 기존 지역뿐 아니라 강북권과 경기도와 인천까지 확장됐다. 최근 인기를 끄는 키즈카페 10곳을 직접 둘러봤다. 제공되는 프로그램과 메뉴는 지점이나 요일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놀면서 영어 공부도 시키세요
지난달 22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키즈 리퍼블릭'. 매장으로 남자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들어섰다. 입구에 서 있던 도우미가 "Hi(안녕)" 하며 인사를 건넸다. 영어 도우미들은 매장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에게 말을 건다. 따로 마련된 교실에서는 원어민 교사의 강의가 열린다. 한쪽 테이블에서 엄마들은 여유 있게 차를 즐기고 책을 읽는다.
3세 아이를 데리고 온 주부 김미정(33·서울 동작구)씨는 "친정이 근처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아이와 함께 온다"며 "영어 유치원을 보내려니 경제적으로 부담이 됐는데, 아이가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용인시 수지구의 '리틀잼'은 영어 도서관형 키즈카페. 미취학 어린이들을 위한 영어 공부 책을 1500권 보유하고 있다. 회원은 대출이 가능하다. 영어교육 자격증이 있는 보조교사는 붕붕카를 탄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면서 영어로 대화를 유도한다.
심리센터나 아동발달센터에서 전담해온 놀이치료를 전문으로 할 수 있는 카페도 생겼다. 분당 금곡동 '키즈비즈'는 1층(아이 전용)과 2층(어른 전용)으로 분리돼 있다. 1층은 병원놀이·시장놀이 등 역할놀이를 할 수 있는 시설로 유아교육과 또는 심리학과를 졸업한 선생님이 아이들 상담을 맡는다. 2층 가운데 바닥은 유리로 돼 있어 엄마들이 쉬면서 아이를 지켜볼 수 있다. 테이블 위쪽에는 CCTV도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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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쉬고 싶다
엄마들을 배려한 키즈카페로는 서초구 방배동 '리틀 오챠드'가 유명하다. 동요 대신 잔잔한 클래식과 연주곡을 틀어준다. 미용실 등에 가는 엄마를 위해 유아교육을 전공한 보모가 아이를 맡아 준다. 단, 보모 비용(1시간당 1만원)은 따로 내야 한다. 개포동 엄마들의 소모임 공간으로 입소문을 탄 강남구 개포동 '해오름'은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엄마들이 아이의 발육 상태를 서로 살펴보고 육아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많이 찾는다.
송파구 삼전동 '주(ZOO)'는 엄마들 모임을 위한 통유리방이 있다. 기자가 찾아간 지난달 27일에는 엄마 5명이 뜨개질 모임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보조교사가 돌봐준다. 엄마와 아이의 모습을 필름 카메라로 찍어 현상해주는 서비스가 인기다.
주말에는 줄을 설 정도인 분당 수내동 '어린왕자'는 호텔 출신 주방장이 만드는 음식으로 유명해졌다. 특히 피자(1만3000원)가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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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유기농 음식 제공…'놀이공원급' 카페도
잠실의 키즈카페 '어린 농부, 딸기가 좋아'는 1020㎡(310평)의 넓은 공간을 친환경페인트로 꾸몄다. 파주 농장에서 가져온 유기농 고구마와 감자로 만든 음식이 나온다. 유기농 재료를 쓰다 보니 값이 다소 비싼 것이 단점. 두 자녀(8세, 6세)를 데리고 온 주부 구수정씨는 "음식값이 약간 부담돼 대부분 먹고 온다"고 말했다.
즉석에서 만드는 친환경 두부를 맛볼 수 있는 체험 시간도 있다. 아이들 위생을 배려해 매장 입구에 옹달샘 모양의 키 낮은 세면대를 준비한 '키즈투이'도 친환경 마감재와 페인트를 썼다. 드레스룸에는 동화 속 아이들이 입을 법한 화려한 의상 50여벌이 준비돼 있다.
놀이공원을 축소해 실내로 옮겨놓은 듯한 중계동 '네버랜드'는 수영장을 겸한 물보트장·회전목마·모래사장이 있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조 아저씨 마술'. 하루 2번 마술쇼를 공연하는 시간에는 수십명이 몰린다.
놀이공원 같은… 유치원 같은… 엄마가 더 좋아할 '키즈 카페'
신정선 기자
violet@chosun.com
단순 휴식 공간에서 원어민이 영어 교육, 놀이치료 등 '업그레이드'
실내에 회전목마·모래사장… 수영장 겸한 보트장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