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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수에 침착한 대응으로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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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부 결승전은 이번 대회 최고의 하이라이트다. 한국 바둑은 ‘제2의 이창호’를 키우고 발굴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런 연장선에서 이번 대회는 제2의 이창호 DNA를 찾아내고 육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백30은 흑 진영으로 너무 다가간 수로 이 수는 30자리 왼쪽으로 두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초반 백46의 대완착이 나오면서 백이 삐끗했다. 백46은 47자리에 두는 것이 정수였으며 빵때림을 허용한 것이 너무 아팠다. 백74는 헛수로 국면 주도권을 흑에 넘겨주는 악수. 당연히 75자리에 두었어야 한다.
백76·78의 연이은 무리수로 백은 휘청했다. 조급한 마음이 엿보이는 수이다. 아마 백은 두고 나서 다시 한 수 물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을 것이다. 이후 끌려가는 바둑을 두던 백은 마치 단 한 수로 바둑을 뒤집으려는 듯 백104의 무리수를 강행하며 흑을 잡으러 갔으나 흑115까지 흑이 살아버리면서 사실상 바둑이 끝이 났다.
종반에 접어들 때까지 방심하지 않은 안정기 군은 주도권을 잡고 국면을 이끌어 갔다. 그는 “백144로 붙인 것이 패착인 것 같다. 이 수는 146자리로 뒀다면 계가로 가는 바둑이 됐을 것이다. 이후 흑161까지 두면서 실리가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승리를 확신했다”라고 말했다.
기풍이 통쾌하고 재미있는 바둑을 두는 이세돌 9단을 좋아한다는 안정기 군은 최강부 우승자라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고 험하다. 이들의 실력은 한국바둑사관학교라고 불리는 한국기원 연구생 8조 정도의 실력이다. 이제 넓은 바다로 나가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너무 긴장했나? 실수 잇따라 -
한 수 한 수로 파워게임을 벌이는 흑백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하루에 12시간씩 바둑판과 씨름하는 이들은 흑백 승부의 세계로 빠져들면서 어릴 적부터 ‘승부’에 익숙해져 가는 고독한 전사들이다. 두 사람은 비록 오늘 반상에서 혈투를 벌여 승리와 패배의 맛을 나눴지만 내일 또 다른 무대에서 승부를 벌여야 한다. 이들은 미래에 언젠가는 또 다른 대회에서 만나야 할 경쟁자들이다.
초반 행마를 보니 흑이 약간 긴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초반 흑21은 25자리로 두는 것이 보통이다. 흑27은 다소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서 서두른 감이 있는 수이다. 흑39는 무리수다. 흑39는 대국자인 류경현 군도 흑의 패착으로 지적했던 수. 류 군은 이 수는 46자리 아래에 두어 봉쇄를 해야 했었다고 말했다. 백50까지 흑이 잡혀 흑이 큰 손실을 보았다. 백70은 초보적인 헛수로 71자리로 두어야 했다. 흑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했지만 흑의 연이은 실수로 간격은 그대로 유지됐다.
흑87은 231자리에 두었어야 했으며, 흑117은 119자리가 좋았다. 흑의 섬세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류 군은 “바둑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상대가 실수를 많이 해서 운 좋게 이긴 것 같다”라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백138까지 상변 흑을 잡으면서 백이 우세를 점했다. 흑185 역시 무리수로 최후의 패착이 됐다. 요석이 잡히면서 승부는 끝, 추격이 불가능해졌다. 이후 238수까지는 승부와 무관한 진행.
아직 초등학생이지만 고등학교 다니는 동안에는 꼭 입단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앞으로 그는 수많은 승리와 패배의 고통을 어린 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손에 땀 쥐게 한 '한 수'의 승부
'어린이 기왕전' 결승전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