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배 작가의 서울 이야기] 이성계가 근심 잊게한 망우고개(하)
소년조선
기사입력 2010.01.02 12:25

"전하, 천하제일의 명당자리입니다"

  • “나라에서 풍수지리에 밝은 사람들을 찾는대.”

    “그렇다면 어서 대궐로 가 봐야지.”

    풍수지리에 밝아 땅을 볼 줄 아는 전국의 지관들이 방문을 읽고 하나 둘 대궐로 모여들었습니다.

    태조는 이들을 한자리에 불러 놓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죽어서 묻힐 좋은 묏자리를 구해 주시오. 명당자리를 찾아내 근심을 덜어 주는 사람에게는 큰 상을 내릴 것이오.”

    대궐 마당을 가득 메운 지관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저마다 명당자리를 찾아 돌아다녔습니다.


  • 삽화=양동석
    ▲ 삽화=양동석
    며칠 뒤부터 대궐로는 명당자리를 찾았다는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그래서 기쁜 마음에 찾아가 보면 저마다 한두 가지씩 흠이 있었습니다. 결국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지금의 경기 구리시 쪽으로 떠났던 지관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명당자리를 찾았다는 것이었습니다.

    태조는 또 허탕을 칠까 봐 이번에는 신하들과 다른 지관들을 그곳으로 보내 알아보게 했습니다.

    “전하, 틀림없습니다. 천하제일의 명당입니다.”

    “그게 정말인가?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다.”

    태조는 신하들과 지관들을 앞세워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에 있는 동구릉 터를 직접 찾아갔습니다.

    지관이 찾았다는 명당자리는 검암산 밑에 있었습니다.

    “여기가 바로 그 자리냐? 과연 좋구나. 틀림없는 명당이야. 드디어 내가 누울 자리를 찾았구나.”

    동구릉 터를 꼼꼼하게 다 둘러본 태조는 명당자리를 확인하고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일행은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고개를 넘게 되었습니다.

    고갯마루에서 가마를 세우고 쉬는데, 저 멀리 동구릉 일대가 내려다보였습니다. 태조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렸습니다.

    “아, 이제야 내 오랜 근심을 잊게 되었구나.”

    이때부터 태조가 가마를 세우고 쉬었던 고개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습니다. ‘근심(憂)을 잊은(忘) 고개’라 하여 ‘망우고개’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망우고개가 있는 산은 ‘망우산’, 그 동네는 ‘망우리’가 되었습니다.
  • 풍수가들이 꼽는 가장 전형적인 풍수모델. 굵은 선은 등고선, 가늘고 짙은 선은 하천을
표 시 한 다 . 미사(尾砂)는 산자락, 안산(案山)은 앞산, 조산(祖山)은 멀리 보이는 산을 뜻한다. 보통 기(氣)가 모이는 혈(穴)부근의 명당
에 집이나 묘지를 쓰게 된다.
    ▲ 풍수가들이 꼽는 가장 전형적인 풍수모델. 굵은 선은 등고선, 가늘고 짙은 선은 하천을 표 시 한 다 . 미사(尾砂)는 산자락, 안산(案山)은 앞산, 조산(祖山)은 멀리 보이는 산을 뜻한다. 보통 기(氣)가 모이는 혈(穴)부근의 명당 에 집이나 묘지를 쓰게 된다.
    명당 찾아주는 '풍수가' 조용히 숨어살았다는데…

    옛날에 우리나라에서는 집터나 묏자리를 정할 때 따로 사람을 불러 그 일을 맡겼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풍수가, 또는 지관이라고 한다.

    옛날 사람들은 땅속에는 일정하게 돌아다니는 생기가 있다고 믿었다. 이 생기는 바람을 만나면 흩어지고 물을 만나면 그치기 때문에, 생기가 뭉쳐서 흩어지지 못하게 하고 흘러가지 못하게 붙잡아 둬야 한단다. 그래서 바람이 불지 않고 물이 나지 않는 곳을 가려내야 하는데, 이러한 일을 풍수라 하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을 풍수가라고 불렀다.
    풍수가가 찾아낸 생기가 뭉쳐진 땅은 명당이라고 했다. 그곳을 집터나 묏자리로 쓰면 생기를 받아 자손들이 큰 복을 받는다고 믿었다.

    옛날에 왕릉 터를 잡아 준 풍수가는 나라에서 죽였다고 한다. 그가 다른 명당자리를 잡아 주면 나라를 뒤엎을 역적이 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