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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인플루엔자A(신종플루)를 예방하기 위한 손세정제를 직접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전 세계 신종플루 감염자가 30만 명을 넘어섰던 지난 9월, 서울 북부교육청 동북과학영재학급에서는 ‘꼬마 과학자’ 들의 야심 찬 실험이 준비되고 있었다. 시 교육청 주최 ‘영재교육 창의적 산출물대회’ 참가가 확정됐던 김예나(연지초)·장윤서(한신초)·장희진(자운초)·황지인(초당초·이상 6년) 양은 ‘손세정제의 비밀’ 을 밝혀 대회에 내놓기로 뜻을 모았다.
“목표는 정해졌지만 솔직히 막막했어요. 인터넷 등을 통해 신종플루나 미생물 배양 등에 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
동네 마트를 돌며 시판 중인 손세정제의 성분 조사에 들어간 어린이들은 영재학급 배진성 선생님(동북초)의 도움으로 실험계획을 짰다. 미생물 배지(미생물을 생육시키기 위한 각종 영양소의 혼합물)를 만들고 세균을 접종해 배양한 뒤, 직접 만든 손세정제를 뿌려 세균을 관찰하는 방식이었다.
직접 만든 배지에 손을 문질러 세균을 접종시킨 어린이들은 배양된 곰팡이를 모양과 색깔에 따라 10가지로 분류했다. 다음은 손세정제를 만들 차례. 기존 손세정제의 성분을 꼼꼼히 분석한 어린이들은 68%의 알코올 수용액에, 손 보호를 위해 글리세린을 섞고, 라임향 에센스 오일을 넣어 그들만의 손세정제를 만들었다. 그 뒤 직접 만든 손세정제를 포함, 5가지의 세정제를 각각의 배지에 발라 관찰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이들이 직접 만든 세정제는 시판 중인 세정제처럼 일부 세균을 죽이거나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했다. 효과는 약 이틀가량 지속됐다. 자신감이 생긴 네 어린이는 각각 다시마·녹차·오미자 등을 섞어 효능을 살펴보기도 했다. 그 결과 △알코올 양이 60% 이상인 세정제는 효과를 나타내고 △화학 성분으로 만들어진 손세정제 중 물로 씻는 타입이 가장 효과가 좋으며 △천연 추출물 성분으로 만들어진 손세정제는 화학 성분으로 만들어진 것보다 효과가 더 있다는 사실 등을 밝혀냈다.
두세 달 동안 휴일도 없이 매일 밤 9시까지 실험에 매달렸다는 네 명의 ‘꼬마 퀴리부인’ 들. “효능을 좀 더 보완해 불우한 이웃이나 어려운 국가에 무료로 보내줬으면 좋겠다” 는 바람도 밝혔다.
이들의 보고서는 23일 공개된 ‘제5회 영재교육 창의적 산출물대회’ 결과에서 ‘과학영재학급’ 부문 최고상인 금상에 올랐다.
손세정제 비밀 푼 꼬마 과학자들
우승봉 기자
sbwoo@chosun.com
직접 손세정제 만들고 실험 '영재교육 산출물대회' 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