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 초반, 강원 인제남초등학교. 이제 막 교단에 서기 시작한 여 선생님의 자취방은 늘 아이들로 북적였다. 주말이면 아예 여학생들이 베개를 들고 찾아왔다. 열악한 환경의 시골 어린이들에게 선생님은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이자 간식을 챙겨주는 어머니였으며, 귀한 학용품을 사주는 아버지였다.
#2009년 늦가을, 강원 홍천군 두촌면 철정초등학교. 쉬는 시간을 틈타 선생님은 인근 보육원에 전화를 걸었다. 거동이 불편해 늘 누워 지내는 제자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복도로 나온 선생님에게 아이들이 달려와 품에 안겼다.
유현숙 선생님(48세)은 30년을 교단에서 보냈다. 강산이 세 번은 변했을 시간…. 그러나 자신보다 제자를 더 생각하는 선생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선생님은 “외롭고 어려운 제자들이 더 애틋하다” 고 했다. 그래서 15년 전부터는 줄곧 장애 어린이들과 일반 어린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통합학급’ 을 맡아오고 있다. 물론 스스로 원해서다. 이들을 더 잘 가르치기 위해 방학이면 늘 관련 연수를 받았고, 지난해에는 ‘1급 상담교사 자격증’도 땄다. -
올해 부임한 철정초등은 그래서 더 각별하다. 전교생 35명 중 보육원 어린이는 무려 12명. 여기에 편부·편모·조손가정 어린이가 10명이다. 덕분에 선생님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보육원에 전화를 걸어 아이들 문제를 상의하고, 보육원 어린이 4명은 비용을 전액 부담하면서 컵스카우트에 가입시켰다.
또한 첫째·셋째 주 토요일이면 컵스카우트 대원 10여 명과 함께 다양한 활동도 펼치고 있다. 점심을 해 먹이고, 집까지 데려다 주는 것도 모두 선생님 몫이다.
선생님은 “‘칭찬’ 이 최고의 교육” 이라고 말했다. 2년 전 심한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증후군을 앓는 남학생을 1년 후 의젓한 아이로 탈바꿈시킨 것도, 올해 의사소통장애를 겪고 있는 학생을 정확한 발음이 가능한 아이로 바꾼 것도, 모두 선생님의 칭찬 덕분이었다.
제자들은 선생님을 친엄마처럼 따른다. 철정초등 문준식 군(4년)은 “꼭 엄마처럼 우리를 보살펴 주시는 선생님이 참 좋다” 고 말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다” 는 유 선생님 역시 “제자들 모두가 ‘내 새끼’”라며 행복하게 웃었다. 관련기사 3면
15년간 장애아 돌본 엄마 같은 선생님
홍천=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
철정초 유현숙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