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키워드] 업무개시명령
백승구 조선에듀 기자 eaglebsk@chosun.com
기사입력 2022.11.30 11:38

“운송사업자·운수종사자의 정당한 사유 없는 집단운송 거부로 국가경제에 위기 초래 시 강제로 영업에 복귀하라는 명령”

  •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이 심의·의결된 11월 29일 박대순 국토교통부 조사반장이 시멘트업계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서울의 한 업체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선일보DB
    ▲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이 심의·의결된 11월 29일 박대순 국토교통부 조사반장이 시멘트업계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서울의 한 업체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선일보DB
    업무개시명령이란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의 정당한 사유 없는 집단운송 거부로 국가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강제로 영업에 복귀하라는 명령이다. 국토부장관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 2004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하면서 도입됐지만 그동안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다. 

    운송개시명령이 발동되면 운수종사자는 즉각 업무에 복귀해야 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30일 간의 면허정지(1차처분) 또는 면허취소(2차처분) 될 수 있다. 

    조선일보는 11월 30일 자 사설 ‘불가피한 업무개시명령, 노동·연금·교육 개혁도 좌우한다’에서 “노동 개혁, 연금 개혁, 교육 개혁에서도 매번 기득권 집단의 반대와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며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서 정부가 미숙하고 허약한 모습을 보이면 5년 동안 아무런 개혁도 못할 것이다”고 했다.

    다음은 사설 전문이다.

    “정부가 2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의 총파업과 관련해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윤 대통령은 “물류 중단으로 산업 기반이 초토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실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업무개시명령을 1차 위반하면 자격정지 30일, 2차 위반의 경우엔 자격 취소를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2003년 노무현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을 겪은 후 더 이상은 안 되겠다며 만든 것이다. 당시도 1차 파업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양보했다가 8월 2차 파업을 당한 이후에야 단호하게 대처했고, 그러자 운송 거부 차주들이 복귀를 시작했다. 윤 정부의 원칙 대처는 늦었지만 불가피한 길이다.

    업무개시명령은 2004년 법 시행 후 처음 실시되는 것이다. 전례가 없는 만큼 정부가 치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1차 우편 송달, 2차 공시 송달 등 단계마다 적법 절차를 정확히 밟아야 한다. 지자체와의 오차 없는 협동 작업이 필요하다. 허점을 보였다가는 불필요하고 지리한 법적 공방으로 실효는 거두지 못하고 혼란만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은 민노총 지휘 아래 산하 공공 노조들이 일제히 동원된 연쇄 파업으로 정부의 대응 능력을 시험해보는 것이다. 화물연대 파업이 주력 부대 역할이다. 지하철과 철도도 파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에 이들에게 또 양보할 경우 5년 내내 민노총에 끌려다니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업무개시명령으로 인해 화물연대 파업이 극한 투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노조 불법 폭력 파업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국민과 기업이 두려워하지 말고 인내심으로 견뎌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하는 노동 개혁, 연금 개혁, 교육 개혁에서도 매번 기득권 집단의 반대와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서 정부가 미숙하고 허약한 모습을 보이면 5년 동안 아무런 개혁도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