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교육감 선거 앞두고 떠오른 '남북 학생 교류 공약'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5.22 18:16
  • 조희연(서울)·장휘국(광주)·이재정(경기) 등 현직 교육감 예비 후보가 지난 17일 광주에서 '평화에서 통일로, 민주진보교육감 광주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 조희연(서울)·장휘국(광주)·이재정(경기) 등 현직 교육감 예비 후보가 지난 17일 광주에서 '평화에서 통일로, 민주진보교육감 광주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 수학여행, 남북학교 간 자매결연, 남북 학생 평화축제 등 다양한 교류·협력 사업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시교육청 제공
    교육감 후보들 간 선거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남북 교류 확대를 둘러싼 공약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내달 6·13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진보 성향 교육감 후보들 사이에서는 최근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를 타고 '남북 학생 교류'를 핵심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이를 두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통일의식 고취와 남북 교류 활동 증진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과, 남북교류도 재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학여행단 방북을 거론하는 건 옳지 않다는 주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진보 교육감 후보, 北 수학여행 등 '남북 교류' 전면 내세워

    진보 성향 교육감 후보들은 최근 남북 화해 무드에 맞춰 '남북 학생 교류 확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조희연(서울)·이재정(경기)·장휘국(광주)·김승환(전북)·최교진(세종)·박종훈(경남)·이석문(제주) 등 현직 교육감 예비 후보 7명은 17일 광주에서 '평화에서 통일로, 민주진보교육감 광주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평화교육 과정·교과서 공동개발 ▲비무장지대 생태·평화교육 ▲남북 수학여행 ▲남북학생 교류 활동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에는 김승환(전북), 노옥희(울산), 도성훈(인천), 성광진(대전), 송주명(경기), 이찬교(경북), 장석웅(전남) 등 진보 성향 교육감 예비후보 7명이 '평화·통일 교육 실시'를 공동공약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이 가운데서도 '남북 수학여행'은 단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조희연 예비 후보는 지난 9일 열린 정책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경의선을 타고 북한지역으로 수학여행을 갈 수 있도록 하고, 2019년 전국소년체전을 남북청소년체전으로 확대 개최해 서울·평양 청소년 체육교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예비 후보는 "화해와 공존의 시대를 맞아 남북 학생과 교사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평화통일 체험학습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찬교 예비 후보도 "통일부와 협의해 고교 1학년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희망자에 한해 통일희망열차 수학여행을 추진하겠다"면서 "자유학기제에 해당하는 중학생을 대상으로는 희망자에 한해 북한역사답사 수학여행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휘국 예비 후보의 경우, 이미 지난 3월 청와대와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에 수학여행단 방북 등을 공식제안하기도 했다.

    ◇학생·학부모 '통일 교육 차원에서 긍정적' VS '섣부른 공약'

    이러한 공약을 두고 교육의 주체인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찬반양론이 이어지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유하(가명)씨는 "수학여행 등 교류를 통해 남북 학생들이 가까워지면 통일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찬성했다. 교사 정모씨는 "학생들이 교과서나 미디어를 통해 북한을 100번 접하는 것보다, 한 번 금강산과 평양 등 북한의 명소를 찾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통일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 인한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지 않은 현실에서 수학여행단 방북 등은 지나치게 앞서가는 발상이라며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중학생 자녀를 둔 정은택(가명)씨는 "갑작스레 정치적 이유로 아이들이 피해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간 수없이 비상식적인 행동을 해온 북한이 또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고 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영숙(가명)씨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해도 아직은 불안한 상태"라며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으로 수학여행을 보낸다는 건 얼토당토않다"고 했다.

    한편, 남북 간 학생 교류는 결코 쉽게 다뤄질 사안이 아니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북한학과 교수는 "아무리 남북관계가 평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해도 아직 북한은 완전히 비핵화에 동의하지 않았고, 설령 동의하더라도 이를 실천하기 위해선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남북 대립 완화 국면에서 학생 대상 통일 교육은 필요한 것은 맞다"며 "하지만 선거 20여 일 앞두고 교육감들이 충분한 검토도 없이 남북 교류 공약을 쏟아내는 것은 정치적으로 표만 계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