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초등학교 남는 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바꾸겠다는데…
방종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3.02 11:49
  • 조선일보 자료사진
    ▲ 조선일보 자료사진
    최근 수요보다 턱없이 부족한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하기 위해 초등학교 유휴교실을 활용해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법률안이 발의돼 논란이 되고 있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초등학교의 남는 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은 국공립어린이집의 설치 등을 규정한 영유아보육법 제12조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초등학교의 유휴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용도 변경해 활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이는 국공립어린이집이 민간에 비해 서비스의 질이 높은 데다 종일보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영유아를 둔 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지만, 공급이 부족한 데서 나온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공립은 전체 어린이집 4만1084개소의 6.9%(2859개소)에 불과하다. 이에 국공립어린이집의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예산이 만만치 않게 든다는 과제가 있었다. 어린이집을 신축할 때 드는 비용이 평균 5억원 정도라고 했을 때, 하나의 초등학교 유휴교실을 어린이집으로 전환할 때는 리모델링비가 대략 8000만원 든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실제로 이미 부산, 경기, 경남 등에서는 일부 지자체가 학교의 유휴교실을 무상임대해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장이 원장을 겸하는 병설유치원과는 달리 지자체가 임명 또는 위탁한 별도 원장을 두고 운영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초등학교에서는 반발이 거세다. 예산이나 인력 등 구체적인 대책 마련 없이 국가나 지자체에서 해야 할 일을 왜 학교에 떠넘기느냐는 얘기다. 한국교원단체연합회 측은 “유휴교실 활용은 단순히 장소만 빌려 주는 게 아니고 결국 그 관리와 책임을 학교장이 떠맡아야 한다는 얘기”라며 “지금도 돌봄교실과 방과후수업으로 학교는 행정 과부하가 걸린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 A 초등학교 교장은 “초등학교의 유휴교실은 과밀학급을 없애는 데 쓰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생 수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고는 해도 우리나라 학급당 학생 수는 OECD에 비해 많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2017학년도 1학급 편성 기준 인원은 26명으로 2014년 OECD 평균 21.3명보다 높은 실정이다. A 교장은 “학생 개개인에 맞추는 맞춤형 교육을 위해서는 학급편성 기준인원을 더 낮춰야 한다”며 “초등 수업의 특성과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학생자치실ㆍ음악실ㆍ영어교육실 등 특별교실부터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B 초등학교 교장 역시 “학교 본연의 교육활동에 필요한 여러 실습실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 공간을 보육에 사용하려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는 “초등학교 교실은 초등교육의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며 “어린이집은 초등학교 교육과정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별도 공간에서 운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전사고, 아동학대 등 최근 어린이집에서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더해지고 있다.

    반대 의견에 대해 남인순 의원 측은 “지난 19대 국회 때 ‘일정 세대 이상의 아파트를 지을 때 국공립어린이집을 우선 설치한다’는 조항을 넣어 영유아보육법을 발의, 통과시켰다”며 “같은 이유에서 학교도 설치 대상 중 하나로 포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무조항은 아니며 만약 학교에서 어린이집을 설치하더라도 외부 법인에 위탁 운영하는 방식으로 하면 학교에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티즌들은 “학생 수 감소로 앞으로 초등학교에 빈 교실이 는다면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은 서로 윈윈(Win-win) 아니냐”, “세금을 똑같이 내는 상황에서 일부만 국공립어린이집에 가는 것은 부당하다”, “국공립어린이집이 늘어나는 것은 환영이지만, 초등학교에만 부담을 주는 것보다는 지자체가 현실적 방안을 내놓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