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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교육 실태를 조사한 정부 결과가 현실과 동떨어진 수치를 보여주고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저출산 문제와 교육실태’ 연구보고서 중 ‘사교육비 지출 분위별 평균 지출액’의 일부분이 무려 15년 전인 2002년 조사결과를 인용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7일 우리나라 월평균 사교육비를 크게 5분위로 나눴을 때, 1분위부터 5분위까지가 4만 5000원부터 61만 1000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4분위는 24만 9000원, 3분위는 16만 6000원, 2분위는 10만3000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구본창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국장은 “실질적으로 정확한 사교육비 실태 현황은 알기 어렵지만, 지난해 사교육비 1분위만 조사해도 한 달에 10만원이 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누리꾼들 역시 같은 지적이다. “과목당 월 10만원이 훌쩍 넘는 게 사교육비인데 정부는 무엇을 보고 조사한 것인가. 학원가 현장은 나가보고 분석한 수치냐”를 비롯해 “요즘에 4만원으로 할 수 있는 사교육이 뭐가 있나, 인강(인터넷강의)도 요즘엔 과목당 4만원은 훨씬 넘는다” “자식 두 명이면 최소 200만원입니다. 탁상행정은 그만 하세요.”라는 등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현장을 못 담은 국회의 탁상행정에 고개를 저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소득이나 지출의 노출을 꺼리는 경제적 성향이 있다”면서 “국민의 소득이 과소평가되거나 낮게 표출된 것 같다. 이번 평가는 정부가 사교육 현장을 직접 발로 뛰지 못한 ‘탁상 행정’ 못지않은 ‘종이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충북의 모 대학 교육학과 교수 역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뒤늦은 것이 나라 행정이다. 교육은 1순위로 빠르게 변화하는데, 국회가 15년 전 자료를 가지고 ‘재탕’하며 연구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비난했다.
표본조사인구가 분위당 100명이 안 되는 곳도 있었다. ‘사교육비 1분위’와 ‘사교육비 2분위’의 샘플수(인)은 각각 86명, 84명으로 90명도 채 되지 않았다. 한상태 호서대 응용통계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전체 초중고 사교육 대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100이라는 샘플사이즈 수는 굉장히 작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고서 연구책임자인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ㆍ부동산학과 교수는 “설문에 참여한 패널들이 심리적으로 교육에 돈을 많이 쓰는 것을 보이기 싫어해서 솔직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언더 리포팅(Under reporting, 실제 보다 낮게 답하는 것)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사교육에 아예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은 ‘0’이 잡혀 평균을 깎아내리기 때문에 숫자가 하향된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15년 전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과거 통계를 인용한 것에 대해서 “추후 사교육비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비교해서 살펴보기 위해 과거 자료를 사용했다”라면서 “사교육비 통계는 교육부에서 매년 내고 있다(그쪽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사교육비 지출 수준이 높을수록 상위 대학 진학률은 높아졌다. 서울 소재 4년제 이상 진학자 기준으로 사교육비 1분위의 서울 소재 대학 진학률은 23.3%였으나 사교육비 5분위의 경우 그 진학률이 50.0%에 달했다. 카이스트·포항공대·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경희대·서강대·한양대·이화여대 기준으로 명문대학 진학률을 살펴봐도 사교육비 1분위의 진학률은 11.6%였으나 5분위의 경우 26%로 약 2배 이상 높아졌다.
사교육비가 고작 월 4만원? 현실 동떨어진 국회보고서 ‘뭇매’
-전문가 “사교육 현장 못 담은 탁상행정·연구 민낯 드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