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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났다. 어떡하지?’
김규리(서울 한영고 2)양은 지난 1학기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아들고 몹시 당황했다. 가장 자신 있던 과학이 2등급으로 내려앉은 건 난생처음이었다. 영어도 2등급을 받았다. 경기 하남의 한 고교에서 전 과목 내신 평균 1.3등급을 받다가 서울로 전학 와 치른 첫 시험이었다. ‘서울 애들한테는 상대가 안 되는 건가?’ 별별 생각이 다 들어 심란했다. 며칠 만에 가까스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변을 둘러봤다. 반 1등이자 전교 1등을 차지한 친구가 계획표를 세워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때부터 김양도 플래너를 쓰기 시작했다.
◇조례 후 플래너 쓰기매일 다른 명언 쓰며 동기 부여도
김양은 매일 담임교사의 조례가 끝나면 그날 시간표를 훑어 본 뒤 자습 시간을 계산하고 적합한 학습 분량을 정해 일간 계획표에 써 넣었다.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수행평가 과제나 동아리 활동을 하는 날도 있어 매일 공부에 할애하는 시간이 조금씩 달라졌다. 시간별 계획을 세우지는 않는다. “어떤 학생들 플래너를 보면 시간별로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요. 하지만 저는 하루하루 컨디션이 다르고 공부하는 단원마다 문제집 난도도 오르내리기 때문에 시간별 계획을 세우면 지키지 못할 때가 잦았어요. 제시간에 계획을 끝내지 못해 할 일을 다음 날로 미루면 성취감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이젠 그날 해야 할 일만 써요.”
일간 계획표 아래엔 매일 다른 명언을 적어둔다. 스마트폰에서 ‘에피파니’ ‘명언 노트’ 등 명언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하루 하나씩 새 명언을 보여주는데, 이걸 플래너에 옮겨 써둔다. 플래너 한쪽에는 희망 대학과 학과를 적는다. 김양은 “느슨해지려 할 때마다 큰 목표를 확인하며 스스로 동기를 유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밖에 월별 계획표에는 예정된 학교 행사·수행평가 등을 간략하게 기록해두고 늘 눈여겨본다. 김양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비교과 활동이 정말 많아 일정을 일일이 기록하지 않으면 잊기 쉽다”고 했다.◇플래너 쓰면서 자투리 시간까지 아끼게 돼
플래너를 쓰기 전 김양의 가장 큰 문제는 벼락치기형 공부를 한다는 점이었다. 늘 시험이 임박해서야 공부를 시작했고, 그땐 마음이 조급해 어느 과목을 얼마나 해야 할지 정하지 못한 채 닥치는 대로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우왕좌왕하다가 날밤을 새우고 시험을 치르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는 “플래너를 쓴 후부턴 매일 학교에서 배운 교과목을 복습하며 시험에 차근차근 대비하게 됐다”고 했다. “계획표를 세워 보니 중간·기말고사까지 언제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시험 기간까지 남은 시간을 계산하고 적당히 학습량을 나눠 계획을 세우고 실천했습니다.” 자투리 시간도 아끼게 됐다. “할 일을 미루지 않고 제때 끝내려고 하다 보니 낮에 바빠졌어요. 지금은 등·하교할 때 걷는 시간부터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까지 활용해서 공부해요. 짧은 시간에 수학 문제를 1~2문제라도 풀거나 영단어를 암기하죠. 이 과정이 매일 쌓이니 시험 기간에 학습량이 감소해 수월하더라고요.” 시험 불안도 줄었다. 김양은 “플래너를 활용한 뒤 시험에 대한 초조함과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마음이 안정된 상태로 학습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낸 뒤 치른 기말고사에서 김양의 성적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영어와 과학에서도 1등급을 되찾았다.◇플래너 추천받은 후배도 성적 상승
요즘 그는 주변에 플래너 쓰기를 추천하고 있다. 교내 멘토·멘티 프로그램에서 만난 1학년 후배가 학원을 그만두고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걸 보고 플래너를 권한 뒤 쓰는 법을 자세히 알려줬다. 수학 내신 4등급을 받곤 했던 후배의 성적도 몇 달 후 한두 등급 상승했다. “플래너는 내비게이션과 같아요. 내비게이션은 내가 어디쯤 있고, 어디로 얼마나 더 가야 할지 알려주잖아요. 플래너도 제가 목표까지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눈에 보여줍니다. 한쪽에 써두는 명언과 목표 대학·학과는 제가 ‘공부를 향한 주행’에서 탈선을 하지 않도록 올바른 마음가짐을 갖게 해줍니다.”
[1등의 플래너]“플래너는 학습 방향 알려주는 내비게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