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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한양대 총학생회는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를 역임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김종 전 차관님, 우리는 더는 당신에게 배울 수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김종 전 차관의 복직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국민에게 사과하고 도의적ㆍ법적 책임을 다하라는 경고가 담겨 있다. 김종 전 차관은 비선 실세 최순실이 국정 농단을 일으키는 데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지난달 말에 성균관대 퇴계인문관 건물에는 재학생이 쓴 대자보가 나붙었다. 이 학교 경제대학 교수로 재직했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의 파면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안 전 수석은 미르ㆍK 스포츠 재단을 둘러싼 비리 중심에 있는 인물. 대자보를 쓴 재학생은 최순실의 수족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안 수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r구속수사중인 안 전 수석은 최근 성균관대에 사표를 냈다.
요즘 대학가의 뜨거운 감자는 ‘폴리페서’다. 폴리페서(polifessor)란, 정치를 뜻하는 용어인 ‘폴리틱스’(politics)와 교수를 뜻하는 ‘프로페서’(professor)를 합한 조어(造語)다.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교수를 일컫는다. 이들이 비판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최순실 게이트의 주요 공범으로 지목되는 인물 중에 상당수가 폴리페서이기 때문이다. 김종 전 차관과 안종범 전 수석 이외에도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외삼촌으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된 김상률 전 수석 역시 숙명여대 영어영문학부 교수다. 차은택의 스승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된 김종덕 역시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다.
폴리페서의 폐해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그와는 대조적으로 정치계로 향하는 교수는 매년 끊임없이 나왔다. 이들이 가진 전문적인 식견이 정치인들의 정책 자문으로 상당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매회 총선이나 대선 때에는 정치판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교수들이 꽤 나온다. 물론 교수가 적극적으로 현실 정치에 뛰어든다는 것이 부정적인 결과만 낳는 것은 아니다. 교수가 가진 전문적인 지식이 탁상행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정책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순기능도 한다. 학계에서의 경험을 현실 정치에 반영할 수도 있다. 또한 정치로 입문하는 것은 교수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문제는 학교와 정치판에 동시에 적을 뒀다가 불리하면 회귀하는 양다리 걸치기 식의 행태다. 정부 업무를 위해 휴직한 다음 정권에 논란이 일면 조용히 교단으로 복직하는 경우가 해당한다. 실제로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지난 9월부터 숙명여대에 복귀해 강단에 서고 있으며, 김종 차관은 학교 측에 아직 사표를 내지 않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은 해당 대학의 재학생들이다.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받고, 그 빈자리를 임시방편의 시간강사로 채우다 보니 교육의 질 저하가 일어나기 일쑤다. 대학생 김현우(23ㆍ서울 강북구)씨는 “정년 보장이 되는 교수직을 걸어두고 수시로 다른 업무를 위해 교단을 비우면 아무래도 수업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의 이기적인 행동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자는 의견도 나온다. 공무원들은 정당법에 따라 정당 가입이나 정치 활동이 금지되지만, ‘고등교육법에 의한 총장, 학장, 교수, 부교수, 조교수인 교원’에 대해서는 허용하는 상황이다. 공직자는 총선이나 대선에 출마하면 90일 전에 공직에서 사퇴해야 하지만, 교수들은 이 규정에서도 예외다.
폴리페서에 대한 논란은 대학 입학을 앞둔 수험생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폴리페서에 대한 비판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재수생 이한우(20ㆍ서울 송파구)씨는 “교수직을 출세의 도구로 삼는 사람들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누구보다도 더 모범을 보여야 할 교수들의 이해타산적 행동을 보면서 대학에 입학하기도 전에 큰 실망감과 상실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대학가에 부는 폴리페서 비판⋯"교수님이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