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학교폭력 실태, 우리는 정말 제대로 알고 있을까?
박기석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10.26 10:30

- 감소 추세라는 교육부 실태조사와 달리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
- 중학교 현황은 명확히 드러나지도 않아

  • 조선일보 DB
    ▲ 조선일보 DB
    ‘학교폭력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난 7월 교육부 발표와 다르게 학교폭력을 당하는 초등, 고등학생의 수는 최근 3년 동안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가 현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학교폭력 현황과 실태조사의 시사점’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학생 수는 중학교를 제외한 초등, 고등학교에서 2013년부터 3년 동안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5년 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 피해 학생으로 집계된 수치는 3403명이다. 2013년 2161명보다 약 57%, 2014년 2724명보다 약 25% 늘었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고등학생도 5116명(2013년)에서 5899명(2014년), 6690명(2015년)으로 최근 3년 동안 매년 800명 가까이 늘어났다.

    피해 학생이 늘어난 만큼 가해 학생도 증가했다. 초등학생 가해자는 2013년 2442명에서 2825명(2014년), 3644명(2015년)으로 꾸준히 늘었다. 고등학생 가해 학생도 지난해 7678명으로 정점을 찍을 때까지 매년 상승했다. 이 같은 학교폭력 현황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리고 보호조치를 받은 피해 학생, 선도·교육 조치를 받은 가해 학생만을 집계한 숫자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학교폭력 피해·가해 학생이 더 많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매년 학교급별 학생 수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13년 278만4000여명이던 초등학생 수는 지난해 271만5000여명까지 감소했다. 중, 고등학생도 감소 추세는 마찬가지다. 반면에 초등, 고등학교에서 학교폭력을 경험한 피해 학생 수는 늘고 있어, 학교폭력이 더욱 심각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한편 교육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에는 심각성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지난 7월 교육부는 초 4~고 3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201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한 학생이 약 3만9000명으로 2012년(17만2000명)년부터 5년 연속 감소 추세’라고 밝혔다. 실제 학교폭력이 늘어난 초등, 고등학교에서도 지난해 동차 대비 0.1% 피해응답률이 늘어난 초등학교를 제외하면 2013년(2014년 1차)부터 2015년(2016년 1차)까지 피해응답률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실태조사와 실제 현황은 다를 수 있다”먀며 “정책 입안 시에는 실태조사뿐만 아니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린 횟수나 피해·가해 학생 수 등 다양한 자료를 함께 반영한다”고 했다.

    또다른 문제는 학교폭력이 가장 심각한 중학교 현황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중학생 학교폭력 피해 학생은 1만5568명으로 초등학생(3403)의 약 5배나 됐다. 고등학생(6690)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많았다. 차민희 푸른나무청예단 SOS지원단 팀장은 “초등학생은 폭력과 장난을 잘 구분하지 못해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인식이 적고, 고등학생은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면 입시 등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폭력을 저지르는 경우가 적다”며 “학교폭력은 중학생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현장에 직접 찾아가는 등 질적 조사 등을 활용해 학교폭력 현황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의 실태조사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일괄적으로 이뤄지는 조사의 특성 때문이다. 대부분 학교는 조사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이 학교에서 조사에 참여하도록 하는 편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서울의 한 일반고 담임교사는 “실태조사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반 전체가 같은 시간에 컴퓨터실에서 조사를 하도록 한다”며 “실제 학교폭력이 있더라도 쉽게 옆 사람 내용을 볼 수 있는데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건 맞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