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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컵라면을 먹었다고 하키채로 맞았다.”
“잃어버린 돈을 찾는다고 학급 인원 전체에게 교실에 팬티만 입고 있으라 하며 소지품 검사를 했다.”
지난달 21일 서울의 한 사립중에서 성적 모욕이 될 수 있는 폭력, 체벌이 일어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학교의 학생 20여명이 ㅇ 인권단체의 인권교육강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를 전하며 내용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학교에 징계를 권고할 예정이다. 사립학교에 재직하는 교원에 대한 징계 여부는 교육청이 아니라 학교를 운영하는 재단 측이 결정한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 관계자는 “개인이 교육청에 직접 민원을 제기해 해당 건에 대해 학교를 조사한 것은 사실”이라며 “민원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학교의 전교생을 대상으로 9월 말 조사를 실시했으며 현재 결과를 분석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이 학교 관계자는 “교육청의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고 있으며 결과를 확인하라”고만 했다.
초중등교육법이 제정된 1998년 이후 학생 체벌은 원천적으로 금지됐다. 최근 서울, 경기 등 일부 교육청에서 시행하는 학생인권조례에서도 ‘학생은 체벌 등 모든 물리적, 언어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고 명시했다.
그럼에도 80~90년대식 체벌, 언어 폭력은 교육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충북 청주의 한 고교에서는 지난달 22일 야구부 감독이 운동부 학생 5명에게 체벌을 가해 한 명이 병원 치료까지 받았다. 대전의 한 고교생은 재학 중인 고교의 교사가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체벌, 폭언을 한다며 동영상, 녹취, 사진을 청소년인권단체에 제보했다. 해당 교사가 학생을 ‘엎드려 뻗쳐’ 시키고 때리는 장면이 제보한 동영상에 고스란히 나와 있었다. 누리꾼들은 ‘내 학창시절인 2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전체주의적 교육방식이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 2자녀를 둔 학부모 임정희(45·가명·경기 고양시 마두동)씨는 “시대가 많이 바뀌었고 체벌이 금지돼 있다지만 최근에도 자녀가 선생님께 맞았다는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가끔 듣는다”며 “단순히 학생이 말을 안 듣는 데 화가 나 분을 푸는 식의 ‘체벌을 위한 체벌’은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체벌을 없애기 위해 교육청의 관리감독을 주문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활동가 공현(본명 유윤종)씨는 “체벌은 명백한 인권 침해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교육청의 감독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사와 학생 모두 체벌의 부정적인 측면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체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게 하고 체벌을 저지른 교원을 엄격히 징계해야 문제가 재발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학습을 방해하는 등 교권 침해 학생을 제재하는 방안이 생기면 체벌이 없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수업 시간에 다른 학생까지 방해하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을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을 명확히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며 “교사의 교권은 학생의 수업권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경기도의 한 일반고 2학년생 나원동(가명)군은 “학생이 잘못을 했을 때 벌점을 받고 이를 근거로 제재를 가하는 상벌제를 실시하면 선생님도 체벌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14년 경기도교육청은 ‘교사에 따라 상·벌점 채점 기준이 다르고 제도의 효과가 크지 않다’며 상벌점제도를 폐지했다.
교사 스스로 학생 관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동석 대변인은 “문제 학생을 체벌로만 훈육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교사들도 다양한 교육적 방법을 계발해나가는 등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체벌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중이다.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관계자 등이 할 일을 매뉴얼로 만든 것처럼 체벌이 발생했을 때 대응책 등을 교직원,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박종훈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 사무관은 “체벌 사례는 A부터 Z까지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각각에 대해 세세하게 기준을 정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학생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듣고 체벌이 발생했을 때 학교에서 따라야 할 절차나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울의 한 사립중에서 90년대식 체벌 일어나, 왜?